인공지능 알파고가 이세돌과 바둑 대국을 벌이는 모습은 전 세계인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아직까지 멀게만 느껴졌던 인공지능의 발달이 어느새 가시권에 놓여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산업계 역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사물인터넷(IoT), 융합산업, 재생에너지까지 전력산업계를 관통하는 핵심키워드가 변화하면서부터다. 어릴 적 소설과 만화에서만 봐왔던 과학도시의 모습이 더 이상 먼 미래는 아니게 된 것이다.

기존 전력산업계의 역할 역시 시장의 변화와 함께 조금씩 틀을 깨는 모습이다.

단순히 전기 관련 설비와 제품을 공급하고, 전력망을 구축하고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전통적인 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다 효율적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사업들이 지속적으로 창출되고 있는 것.

시장의 변화는 곧 기술의 변화로 이어진다. 전기 분야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다양한 기술들이 새롭게 만들어지며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변화하는 전력산업과 함께 전기인들 역시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단순히 전기공사를 설계‧발주하고, 시공현장을 관리‧감독하는 등 시공 분야에 머물렀던 주요 공기업의 전기인들 역시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융합기술이 떠오르며 재조명되고 있다.

◆스마트한 시대, 스마트해지는 전기인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함께 스마트라는 단어가 시장을 꿰뚫는 주요 화두가 됐다.

스마트시티와 스마트홈 산업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수립과 산업계의 참여로 대세가 되고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개발해왔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스마트가전도 스마트홈 등과 맞물려 활용도가 한층 높아지는 모양새다.

전기인들 역시 스마트 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주요 콘텐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스마트시티‧홈 분야의 핵심인 에너지 관리, IoT 연계 기술 개발 등 새로운 산업의 중심 업무를 담당하며, 전기 관련 부서의 중요성을 높이고 있다.

그동안 LH의 전기‧정보통신공사 설계 등을 담당해 온 주택시설처 등 전기조직들은 최근 스마트홈 분야에서 ICBM(IoT‧Cloud‧Bigdata‧Mobile) 기반의 요소기술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R&D 과제를 통해 공동주택 ICT 융합 컨소시엄 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으며, 지난달 산업부의 중소‧중견 가전사의 IoT 가전 제품개발 전주기 지원을 위한 빅데이터 상용화 플랫폼 개발 과제에도 선정된 바 있다.

이를 통해 전기차 충전 시스템부터 음식물처리, 주차장 조명을 통한 차량유도 등 실생활에 밀접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공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을 위한 협력의 장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LH는 올해 중 장기임대주택, 다가구 등 5000여 세대를 대상으로 IoT 기반 스마트홈 플랫폼 구축 실증사업을 추진, 그동안 개발한 다양한 기술들이 실제 입주자들의 생활 속에서 활용될 수 있을지 여부를 시험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그동안 개발해 온 스마트홈 요소기술과 콘텐츠들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스마트시티 사업의 품질을 한층 높일 예정이다.

서울주택도시공사 에너지기술사업처 역시 LG U+ 등과 손잡고 오금지구에 인공지능 IoT 아파트 구축 시범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인공지능 IoT 아파트 구축 단지는 세대 내에 구축된 인공지능 IoT 플랫폼에 음성인식 기반의 AI 스피커를 연동해 ▲냉난방 및 조명·가스 제어 ▲무인 택배 ▲에너지 사용량 확인 ▲주차 관제 등 홈네트워크 시스템 ▲IoT 가전 활용 등 홈 IoT 서비스를 보다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스마트시티‧홈 기술 개발에 전기인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은 에너지가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 핵심 기술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한 전문가의 분석이다.

스마트홈 기술을 통해 이용자가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에너지 효율화 등 전기 분야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 전문가는 “스마트시티의 전신으로 불리는 U-시티가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한 이유 중 하나가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많이 도입하지 못했던 탓”이라며 “이 같은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용자의 피부에 와 닿는 서비스를 다수 도입해야 하는데, 전기‧에너지 부문에서 많은 콘텐츠가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전기 분야의 역할이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공급에도 ‘앞장’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을 위해서도 전기인들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관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서울교통공사 등이다.

인천공항공사 에너지환경처는 지난 1월 개장한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건설과정에서 인천공항 3활주로 인근 유휴부지에 태양광발전소를 건설, 2.35M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 운영을 시작했다. 이를 통해 연간 3200MWh 정도의 전기를 생산해 공항시설에 공급할 계획이다. 제2여객터미널 지붕에도 1.2MW, 전면시설 지붕에도 0.4MW의 태양광발전설비를 건설한 바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발맞춰, 인천공항에서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20%를 재생에너지로 발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공항 내 유휴부지 등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 자체사업과 민자사업 등을 다양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인천공항공사는 올해 중 열병합발전소 확장부지에 60MW 규모의 연료전지 설치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최대 규모다.

또 장기주차장 주차건물, 지상주차면과 영종도 발전단지, 급유시설 주변지역 등 여유 공간을 총동원해 태양광발전소 건설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약 1500억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끌어들여 본격적인 태양광 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의 핵심 에너지 정책인 전기차 확대보급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공항이용고객과 공항운영자 등이 친환경 차량을 이용한 공항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선제적인 충전시설 설치에 나서기로 한 것. 이와 관련 2020년까지 총 14기의 전기차 급속충전인프라를 T1 장기주차장과 T2 단기‧장기주차장 등에 확대 보급하는 방안을 수립하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 전기처 역시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과 함께 서울시의 ‘태양의 도시, 서울’ 계획의 목표 달성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차량기지와 역사 등 공간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연료전지와 태양광발전, ESS, 수요관리 등 다양한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으로 한 해 에너지사용량 128만MWh의 13.43%에 달하는 17만1947MWh를 생산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차량기지, 지상역사 가운데 적합지를 선정해 발전설비를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총 11MW 정도의 태양광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서울시의 태양광 보급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총 1만개의아파트 미니태양광 보급에 나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주로 시공 분야에서 업무를 맡아오던 전기인들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에너지 효율화 등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정부의 3020 재생에너지 이행계획의 목표 역시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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