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이 공식 출범했다.

정부 추천 4명, 환경단체 추천 3명, 원자력계 추천 3명, 원전지역 추천 5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된 재검토준비단은 이제 첫 상견례를 마친 상황이지만, 진퇴양난에 빠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용후핵연료는 1978년 고리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로 뾰족한 관리방안 없이 원전 내 임시저장시설에 쌓여만 갔다. 월성원전은 2020년, 고리원전과 한빛원전은 2024년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용후핵연료 문제는 말 그대로 ‘발등의 불’이 됐다. 신속히 관리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된 원전은 가동을 멈출 수밖에 없다.

또 지난해 영구정지된 고리 1호기를 필두로 한 해체산업은 한 걸음도 뗄 수 없다.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를 반출해야만 본격적인 해체작업에 착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체 작업에 앞서 사용후핵연료를 옮겨 저장할 시설부터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재검토준비단의 역할을 재검토의 목표, 재검토 실행기구 구성방안, 재검토 항목, 의견수렴 방법 등을 수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마디로 올 하반기 예정된 ‘공론화를 통한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에 관한 ‘룰 세팅’이다.

재검토준비단의 룰 세팅은 향후 성공적인 재검토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지난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건설찬반 양측이 첨예한 대립을 보인 이유도 룰 세팅에 관한 사전절차가 없었기 때문이다. 양측은 공론화를 진행하는 동시에 룰을 수립해가는 과정에서 합의에 난항을 겪었다. 그 결과 보이콧 선언을 한 차례씩 주고받는 등 공론화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문제는 전초전 격인 재검토준비단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벌어진 갈등양상을 그대로 재현할 여지가 크다는 점이다. 재검토준비단이 마련한 룰이 최종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찬반 양측이 쉽게 합의에 도달할지 의문이다. 환경단체와 원자력계 추천으로 재검토준비단 명단에 이름을 올린 면면을 살펴봐도 본게임을 방불케 한다.

사용후핵연료 정책은 찬반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5개의 원전에서 쌓여가는 사용후핵연료는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재검토준비단의 모든 구성원이 이를 직시하고 지혜를 모아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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