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극동 코레일테크<주></div> 대표이사
반극동 코레일테크<주> 대표이사

88올림픽이 끝난 다음해인 1989년에 해외여행이 자유화 되었다. 당시만 해도 일반국민의 해외여행은 그림의 떡인 시절이었다. 난 운 좋게도 1994년 6월에 2주간 첫 해외출장으로 유럽을 가게 됐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잘 발달되지 않아 여행 정보는 여행가이드북을 많이 활용했다. 출장지인 스웨덴이 나온 여행정보지를 샀다. 먼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가서 6시간을 기다렸다가 환승해서 스톡홀름에 도착했다. 최종 목적지 리투비아는 스톡홀름에서 승용차로 4시간 거리였다. 만 하루가 걸려 밤 11시쯤 도착했는데 아직 환한 낮이었다. 거긴 여름철엔 밤 11시가 넘어 해가 지는 북반구였다. 미처 인지하지 못한 광경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출장목적이 영동선 전철변전소에 설치 할 외자재 구매에 따른 납품 전 공장검사였다. 우리 일행이 머무른 리투비아는 다국적 기업인 ABB 직원들이 대부분 살고 있는 작은 기업도시였다. 출장 첫날 회사에 도착해서 몇 가지 상황에 어리둥절하게 했다. 우리를 안내하는 직원이 담당 실무자였는데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검사업무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통상 부서 책임자께 인사드리는 첫 대면의 우리 문화랑 달랐다. 또 공인기관 시험성적서를 요구했더니 “저희가 만든 제품은 우리가 전적으로 책임집니다.”라며 자기회사 연구소 시험성적서를 보여주었다. 실용과 신뢰를 우선시하는 문화를 배웠고, 상대에 대한 정보를 잘 파악하지 않고 간 것이 쑥스러웠다.

돌아오는 길에 프랑스 파리시내의 에펠탑과 센 강을 관광했다. 저녁때가 되어 리도쇼를 보려고 했으나 좌석 매진으로 무랑루즈를 택했다. 무용수들의 요란한 쇼를 두 시간 정도 보고 나서 2차로 한잔 더 하려 인근 술집에 들어갔다. 일행 4명이 자리에 앉았는데 옆 테이블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어떤 관광객이 여성종업원을 추행한 것이다. 허용되지 않은 신체부위를 터치 해 인격이 모욕당했다며 강하게 항의하는 것이었다. 그때 주인이 나타나 함께 손님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우리나라와 다른 고객서비스 문화, 술집 종업원까지 인격을 존중 해주는 것이 보편화된 사회가 내겐 커다란 충격이었다.

최근에 우리나라는 모 재벌 3세 경영자의 갑질 이야기로 시끄럽다 못해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직원을 하인처럼 부린것은 물론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협력업체에 막말과 압력을 일삼으며 인격을 완전히 무시하였다. 오너뿐 아니라 부인도 같은 행태의 갑질을 했다. 오죽했으면 그 기업에 속해 있는 직원들이 자신의 기업주를 퇴진시키자며 시위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겠는가. 이런 기업이 건재 할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고 세계 10대 경제대국이란 위치에 비해 구시대적 모습에 부끄럽기까지 하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찾을 수 없고 오직 천상천하유아독존이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자신의 운전기사에게 막말하는 기업주, 자식 싸움에 야구방망이를 휘두른 기업인, 대리점에 판매물품을 밀어내기 수법으로 피해주는 사례, 납품업체 단가를 후려치기도 하고, 가족회사에 일감을 밀어주는 등 수없이 많다. 최근에 일고 있는 ‘나도 당했다’의 ‘미투운동’도 그러하다.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성폭력, 성희롱을 일삼는 교수, 예술인, 정치인, 직장상사들 등. 상하, 종속관계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갑질 행위는 시스템적 문제와 좋은 게 좋다는 정 문화도 한몫한다고 본다. 작은 비리나 불합리한 것은 가차없이 신고하고 엄격한 법을 적용해야 한다.

올 7월부터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으로 민간회사의 비정규직으로 운영하던 코레일의 청소업무가 계열사인 우리회사에 위탁하여 정규직으로 운영하게 되었다. 갑질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내게도 여러 제보가 들어 왔다. 소장, 팀장 등 현장 간부급이 최저임금을 받고 있는 환경미화원에게 고압적 언행과 업무배정, 재계약 등으로 갑질을 일삼는다는 것이었다. 기업주나 사회고위층에서 주로 행해진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곳에까지 있다니 참 기가 찰 노릇이다. 청소업무를 시작하면 갑질 예방과 근절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둘 계획이다. 유럽의 작은 식당에서 손님으로부터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해 항변하는 종업원을 지지해주던 오너처럼 인간 중심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결국 갑질 개선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 주는 역지사지 마음이라 생각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