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경 한전 경제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윤경 한전 경제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대입전형 개편을 두고 무척 시끄럽다. 정시와 수시를 두고 어느 것이 더 공정한 것인가부터 적정비율은 얼마인가를 다투는 모양새다. 요즘 대입전형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 무엇이 어떻다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너무 복잡하고 정책이 자주 바뀐다고 느낀다. 교육정책이 자꾸 오락가락하면서 힘들고 서글퍼하는 아이들을 보면 어른으로서 부끄럽고 미안하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1년을 내다보며 곡식을 심고, 10년을 생각하고는 나무를 심고, 평생 계획으로는 사람을 심는 일만 한 것이 없다는 뜻으로 중국 제가백가 논문집인 <관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어디 교육뿐이랴. 결국 백년 후에 이 세상을 살아갈 사람은 지금 또는 미래의 아이들이고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그들이 살아갈 만한 세상을 물려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흔히 말하는 지속가능한 미래 말이다. 환경도 에너지도 모두 그 미래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에너지 역시 백년의 계획이 필요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백년 계획까지는 아니어도 앞으로 20년 동안 국가 에너지 수급방향을 정하기 위한 <제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작업이 지난 3월 시작되었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의 최상위 계획으로 에너지이용합리화 계획, 전력수급기본계획, 천연가스장기수급 계획,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 등 에너지 관련 계획에 원칙과 방향을 설정해 주고 장기 에너지 정책 비전과 실천과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계획수립 기간은 20년이므로 이번 계획에는 2019년부터 2040년이 포함된다. 올해 수립 예정인 <제3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의 목표는 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에너지전환 정책 종합 비전을 수립하는 것이다.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장기 에너지 정책을 실현할 비전을 수립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의견 수렴이 중요하다. 에너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에너지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에너지 정책에 무심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시민 의식이 향상되고 소득이 높아질수록 에너지 정책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지대해진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에너지전환을 가장 먼저 논의한 국가 중 하나인 독일은 석유파동, 체르노빌 원전 사고 등을 보면서 에너지 정책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2000년대 이후 재생에너지법, 에너지패키지, 에너지 구상(Energy Concept) 등을 거쳐 지금에 도달했다. 2005년 목표가 2020년에 재생에너지 비중을 30%까지 높이는 것이었는데 2015년에 이미 32%에 도달했고 2030년 목표를 60%로 늘리려 하고 있다.

이처럼 성공적으로 보이는 독일의 에너지전환도 초기에는 이해하는 사람이 적었고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또한 국민이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에너지전환에 전폭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덕분에 정책이 하루아침에 성공한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고 말한다. 연방정부와 지방정부의 갈등과 합의가 반복되었고 전기요금 부담에 대한 국민의 비판, 전력설비 설치에 반대하는 님비현상도 역시 있었다. 에너지전환의 한계점도 여기저기 나타나고 있다. 높아진 전기요금 문제가 대표적이고 에너지 전환이 에너지 산업 전반에 확산되지 못한 점도 숙제로 남아 있다. 독일 싱크탱크인 아고라 에네르기벤데(Agora Energiewende)는 에너지 전환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10가지 포인트를 제시했는데 전력계통 신뢰도와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체계 마련, 독일뿐 아니라 유럽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지지, 에너지효율 향상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것, 세금과 부담금, 추가비용, 계통비용을 개편할 것, 유연한 전력시장을 구성할 것 등을 포함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한 문제를 해결해 한 단계 더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에너지전환이 화두가 되면서 독일의 성공요인을 찾아보려는 노력이 분주하다. 독일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일시적으로 후퇴한 적도 있고 다양한 현실적인 벽에 부딪힌 적도 있다. 그렇지만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성공 요소는 정책의 일관성과 국민의 지지이다.

각 나라의 에너지 상황, 환경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떤 정책도 다른 나라에서 똑같이 이행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독일의 성공 스토리만 보이고 이제 완성된 정책처럼 느껴지지만 그들의 에너지전환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백년의 계획이라고 치고 보면 독일 역시 아직 절반도 오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이제 겨우 첫걸음을 떼고 있다. 우리의 교육정책이나 에너지정책도 백년대계답게 일관성 있고 사회적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계획이었으면 좋겠다. 정답만 찾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나 문제점도 예상하고 인정하면서, 때로는 성숙한 태도로 지켜봐 주면서 두터운 <공감대>를 만들면 누가 뭐라 해도 흔들리지 않는 실행력 있는 계획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2040년의 어느 날엔 <한국의 에너지전환>이 성공한 이유를 분석한 기사가 다른 나라 신문에 오르내리기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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