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의존도 낮추는 데만 ‘초점’ 요금 인상 없는 에너지전환 정책은 '잘못'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정부 1년을 맞이해 환경과 에너지정책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이뤄졌다. 새정부 1년 에너지정책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박진희 동국대 교수.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정부 1년을 맞이해 환경과 에너지정책에 대한 진단과 평가가 이뤄졌다. 새정부 1년 에너지정책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박진희 동국대 교수.

지난 1년간 문재인 정부의 환경ㆍ에너지 정책이 ‘전환’ 정책이라기보다 ‘친환경’ 에너지 정책에 그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에너지 정책을 관장하는 프레임이 경제성 우선에서 환경성 우선으로 변화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원전 의존도를 어떻게 낮출지에만 초점이 맞춰진 계획이 실행됐다는 얘기다.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시민환경연구소와 환경운동연합이 주최한 ‘문재인 정부 환경에너지 정책 1년 평가와 과제’ 포럼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전반적인 환경ㆍ에너지 정책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진단이 이뤄졌다.

◆ 열과 수송 분야 포함 에너지로드맵이 진정한 ‘전환’로드맵

이날 ‘새 정부 1년 에너지 정책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발표를 한 박진희 동국대학교 교수(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이사장)는 “현재의 에너지 정책은 원전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지역산업 보완대책으로 구성된 전력 부문에서의 원전 의존 감축 로드맵”이라며 “열과 수송 분야의 에너지 전환을 포함한 ‘에너지전환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에너지전환을 위해서는 단순히 전력 부문에서만 개선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열과 수송 부문을 포함하는 로드맵이 제시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진희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간 에너지 정책의 성과로 재생에너지 확대 지원 정책이 강화된 점을 꼽으면서도 원전 관련 정책은 수출 지원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우려했다.

박 교수는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사업 계획은 어긋남 없이 지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안을 내놓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인프라 보강과 관련한 내용도 8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했다”며 “산업부와 환경부의 정책협의회가 열리는 등 통합정책으로서의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려는 시도가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이 밖에도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신재생에너지정책단을 신설하고 RPS 제도 보완, 재생에너지 계획입지제도 도입 계획 등을 실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전 부문에 있어선 여전히 원자력발전진흥 정책이 존재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와 함께 ‘원전 수출’에 관한 정책도 병행됐다”며 “이는 원전 감축을 추진하는 대신 원전 산업의 지속을 그대로 두고 있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원전 수출 정책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정책 개편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우선 원자력진흥위원회와 관련 법제 개선을 추진하고, 원자력 발전 진흥을 위한 연구기관과 기금을 원자력 안전 운영과 안전 기술 개발로 이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수송 연료 부문을 전환정책에 포함해 목표를 구체적으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와 비교할 때 ‘2030년까지 전체 발전 비중에서 20% 발전량(재생에너지 3020)’이라는 목표가 정해져 있지만 수송 연료 부문에 대한 계획은 미진하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수송 연료 분야에서는 전기차 양성뿐 아니라 바이오 디젤을 연료로 사용하고 기존 디젤유를 지양하는 등의 목표가 따로 나와 있지 않다”며 “독일의 경우 열과 수송 연료 부문을 에너지 정책에 포함한 총괄적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 문재인 정부 에너지 정책 점수는? ‘3.12점’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환경운동연합과 시민환경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새 정부 환경, 에너지 정책평가 100인 위원회의 설문결과도 발표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환경ㆍ에너지 정책 전반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평가에 대해 학계와 시민사회, 환경ㆍ에너지 정책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된 이번 설문조사에서 에너지 정책은 5점 만점에 3.12점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 중 잘한 것(중복 선택 가능)으로 ‘탈원전 에너지전환 로드맵 수립’(61명),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일시 가동 중단 및 조기 폐쇄’(49명),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및 월성 1호기 폐쇄 결정’(42명)을 차례로 꼽았다.

반면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정책으로는 ‘전기요금 인상 없는 에너지전환 표방’(56명) 과 ‘신규 석탄발전소 7기 건설 용인’(56명) 이 동시에 뽑혔다. 그 뒤를 이은 정책은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 공약 후퇴’였다.

설문결과를 발표한 이영희 시민환경연구소 소장은 “환경ㆍ에너지 정책에 대한 평을 종합하면 3.1점으로 지난 정부보다 상승했다”면서도 “개별 이슈(분야별 평가)에서는 2점대에 머무는 항목이 대부분이므로 노력하고 분발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전 정부의 평가 결과는 2016년도 1.48점, 2015년도에는 2.2점을 기록한 바 있다.

◆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가 새 정부 탓만은 아냐

윤순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날 설문결과에 대해 이견을 제시했다. 그는 “설문에 응한 전문가들이 미흡한 에너지정책 3가지로 ‘전기 요금 인상 없는 에너지전환 표방’과 ‘신규 석탄발전소 7기 건설’, ‘신고리 5, 6호기 백지화 공약 후퇴’를 꼽았지만, 전기요금 인상 부분을 제외하고는 생각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신규 석탄 발전소 7기 건설과 신고리 5, 6 호기 백지화 공약 후퇴를 반드시 미흡했다고만 평가할 수는 없다”며 “정부가 신규 석탄발전소를 용인했다고 해서 이를 쉽게 받아들이는 입장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석탄발전소를 건설하려는 회사는 민자회사인 데다 이 계획이 6차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승인된 부분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의 탈석탄 운동도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진 에코파워가 LNG 발전으로 전환을 결정한 것은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탈석탄 운동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삼척 등 다른 곳의 경우 지역민이나 지자체의 의지가 강력하게 나타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리 5, 6 호기 공약 후퇴는 “공약이라고 해서 무조건 밀어붙여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조건 정부의 공약 무산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원전을 지지하는 사람이 많은 상태에서 어떻게 사회적 갈등과 전환 비용을 줄이면서 에너지전환을 실시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전기요금 인상에 대해서는 덮어놓고 ‘(요금)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못박아 둔 정부의 태도가 잘못됐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윤 교수는 “최근 에너지경제연구원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공동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국민들은 저탄소, 친환경에너지정책에 따라 전기요금을 인상할 시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수용 범위에 따라 정도는 다르지만 대국민 설득을 통해 인상이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기요금 5% 미만 인상이 가능하다는 이들은 전체의 39.0%, 5~9% 요금 인상 수용이 가능하다는 인원은 24.0%로 나타났다. 10% 이상 요금 인상 수용이 가능하다는 인원도 17%에 달했다.

윤 교수는 “전기요금이 무조건 부정적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부문 간 차등을 두고 계시별 인상, 지역 간 차등을 통해 요금제 변화를 꾀한다면 수요관리 효과를 불러와 효율 개선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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