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기자
조정훈 기자

남과 북 정상이 다시 한 번 손을 맞잡았다. 양국 정상이 마주하는 것은 지난 2000년 평양을 찾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1차 정상회담으로부터 18년, 2007년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이후 11년 만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남측에서 열리는 첫 번째 자리라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된다. 회담을 준비해 온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그간 수차례에 걸친 리허설을 통해 회담의 성공적인 진행에 만전을 기해왔다.

워낙 많은 의미가 담긴 자리라 사소한 것 하나에도 이목이 쏠렸지만 환영 만찬에서 나오는 메뉴에 특히 관심이 갔다. 청와대 측은 우리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애쓰셨던 분들의 뜻을 담아 준비했다고 밝힌 바 있다.

눈에 띄는 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인 신안 가거도의 민어와 해삼초를 이용한 ‘민어해삼편수’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 봉하마을에서 오리농법 쌀로 지은 ‘밥’, 정주영 회장이 소떼를 몰고 올라간 충남 서산목장의 한우로 만든 ‘숯불구이’, 윤이상 작곡가의 고향인 통영 앞바다에서 잡은 ‘문어 냉채’ 등이다. 모두가 남북 평화 정착을 위해 큰 족적을 남겼던 분들이다.

‘만찬 메뉴에 뭐 이렇게까지 거창하게 이름을 붙이나’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밥’에 담긴 우리 민족의 정서는 결코 가볍지 않다. 함께 밥을 먹는 사람을 뜻하는 ‘식구(食口)’가 아무에게나 쓰는 말이 아니 듯 밥에 담긴 ‘함의’는 크다. 여기에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힘써 온 분들의 이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남과 북은 평화를 향해 가는 여정의 첫발을 좀 더 수월하게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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