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 기자
김병일 기자

무엇보다도 신뢰성이 중요한 탓에 변화가 느렸던 케이블 고분자 절연물 시장에 세대 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국내 전선용 고분자 절연물의 대표주자로 자리해온 XLPE가 폴리프로필렌(PP)에 차세대 대표주자 자리를 넘겨줄 상황이 왔기 때문이다.

XLPE는 폴리에틸렌을 가교 공정을 거쳐 기계적·열적으로 특성을 크게 개선시킨 소재로, 도체의 온도를 90℃까지 높여 쓸 수 있어 중저압부터 초고압까지 전력용 케이블의 주재료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친환경 솔루션, 송전용량 증대, 제조비용 절감 등 다양한 니즈가 커지면서, 으리 전선업계에도 친환경 플라스틱으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 PP에 대한 관심이 커지게 됐다.

PP는 XLPE와 비교해 제조공법이 간편하고 환경 친화적이며, 성능과 활용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 공정 상 메탄가스 등의 유독물질과 각종 부산물이 발생하지 않으며, CO₂ 등 온실가스도 30% 가량 줄어든다. 재활용이 가능한 데다, 비교적 열에도 강해 송전용량을 높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이미 PP를 케이블에 적용, 이 같은 장점을 활용하고 있는 유럽의 프리즈미안이라는 선발주자가 있는 상황이라, 전선업계의 선택은 더욱 쉬웠으리라.

이와 관련 한전과 LS전선은 2013년쯤 PP절연 지중케이블 개발과제를 시작했으며, XLPE 대비 상시운전온도와 상시허용전류 특성이 증가한 케이블과 시험방법을 개발해 냈다.

2016년에는 한전 시범적용을 위한 구매규격 제정·발표가, 2017년에는 남서울·대구경북·부산울산지역본부 등 3개 한전 사업소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진행됐다.

그리고 한전·전선업체 간담회에서 PP케이블의 XLPE 대체 가능성에 대해 한전은 “별다른 문제가 없을 시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PP의 확대 가능성을 공언했다.

그리고 20일 다시 한번 열리는 한전-제조사 간담회 자리에서는, PP의 본격사용이 공식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PP가 진정 XLPE를 대체해 케이블 절연물의 대표주자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기술의 세대교체 요구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났고, 이번에는 케이블 절연물 분야에서 세대교체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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