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 위기 에너지전환 정책・탈핵운동 때문은 아냐
원전해체・사용후핵연료 관리 등 신산업 육성으로 가야”

새는 좌우 양 날개로 난다. 정치이념을 말할 때 흔히 사용하는 수사다. 원자력 분야에서도 원자력계와 탈핵단체라는 두 날개가 존재한다. 이들은 ‘원자력 안전’이라는 접점을 형성하기도 한다. 원자력 안전 없는 진흥은 어불성설이며, 안전은 현실적인 담론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탈핵운동가인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를 만나 원자력 전반에 걸친 이야기를 들어봤다.

“탈핵운동은 원자력계가 직면한 도전과제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원자력계가 앞으로의 역할을 찾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제언했다. 원자력계의 위기는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나 탈핵운동 때문이 아니므로, 원자력계가 원자력산업 전반을 합리적으로 조망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내 발전소는 포화상태입니다. 전력소비량 증가도 정체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 정책이 아니더라도 원자력 산업계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했습니다. 미국, 일본 등 원전 선진국이 외국으로 진출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해외 수출시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이지만 원전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진출이 여의치 않고, 중동시장은 파이낸싱(PF) 등 옵션문제가 있습니다. 유럽은 미국, 프랑스, 러시아 등 선진 업체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원자력계가 현 상황을 냉정히 인지하지 않으면 ‘파국’을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는 원자력산업의 몰락은 바라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원자력산업의 전환이 ‘정의로운 전환’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원자력산업의 종사자 수는 3만5000여명에 달합니다. 에너지전환 정책 등으로 중소기업과 원자력산업에 진출하려는 사람들이 피해를 볼 것입니다. 이에 따른 사회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전환이 필요합니다. 1970년대 석탄 산업이 쇠퇴하면서 발생한 ‘사북사태’와 같은 일은 없어야 합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원전해체·사용후핵연료 관리 등 신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건설 중심의 원자력산업은 ‘질서 있는 퇴각’을 하고, 안전이나 공공성을 중심으로 한 분야에서 ‘질서 있는 전진’을 해야 합니다.”

이 대표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조직재편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역설했다. 그간 한수원 등 발전공기업 6사의 비효율성이 드러났고, 에너지전환 시대에 맞춰 지역별로 2~3개사로 재편해야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현 6개 발전사 체제는 IMF 시절 해외 매각을 전제로 추진했습니다. 이제는 에너지 전환 시대에 맞춰 지역별로 원전, 석탄화력발전, 재생에너지 등 모든 발전소를 보유한 발전사 2~3개로 재편해야 합니다. 한수원 노동자 중 대다수가 ‘전기’나 ‘기계’전공입니다. 재교육을 통해 화력발전이나 재생에너지 발전 등의 업무가 가능할 것입니다. 또 발전사의 지역별 재편은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분권 등을 추구하는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합니다.”

에너지전환 정책의 성패는 수요관리와 에너지 효율 등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표는 에너지 절약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효율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편을 강요하지 않는 ‘현명한 절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환경단체 사람들은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에너지 절약을 실천할지 모르지만, 대다수 국민들에게 불편을 강요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반발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창가 측 조명을 끄거나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으로 바꾸는 등 ‘현명한 절전’이 돼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절약이 아닌 효율로 흐름을 전환해야 합니다. 효율이 높아지지 않으면 사람들이 따라올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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