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최근 남북관계에 변화의 기류가 흐르면서 북방철도사업이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것. 국내 철도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수심이 깊어진 업계에는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철도업계는 먹거리 창출을 위해 다양한 활로를 모색했지만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해외 철도시장 진출이 대표적인 사례다. 근래에 들어 업계는 2015년 기준 시장 규모가 국내 내수시장의 25배에 달하는 250조원 규모의 해외시장 진출을 타진했으나 세계의 벽은 높았다. 알스톰·지멘스 등 전통의 유럽 강자들이 포진한 상황에서 자본·기술력을 앞세운 중국·일본이 편입돼 짜인 해외 철도시장의 판이 굳어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으로 10여년 만에 찾아온 호재를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올해 초 철도 관련 공공기관에 수장으로 취임한 이들은 앞다퉈 ‘북방철도사업’을 제1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국회에서는 이달에만 ‘국회 철도·통일·경제포럼’, ‘한반도 신경제지도 실행을 위한 동해선 철도 복원 토론회’ 등 3건의 관련 행사가 열렸다.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가 감지된 지 한 달여 만에 철도업계의 화두가 북방철도로 급변한 것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그간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던 3대 공공기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와 눈길을 끈다. 각각 북방철도사업에 일가견이 있는 인사로 알려진 오영식 코레일 사장, 김상균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나희승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원장 등은 이번 사업을 매개로 전에 없던 기관 간 관계개선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코레일과 철도공단은 이달 초 긴밀한 협력과 소통을 위한 MOU를 체결했으며, 철도연을 포함 3명의 수장들은 북방철도사업을 위한 물밑 교감을 나누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철도업계의 위기는 단일 기관, 업체의 힘만으로는 돌파하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됐다. 남북관계라는 매개가 있긴 하지만 국내 철도업계가 대북 철도사업의 문호가 열릴 때까지 손을 놓고 있는다면, 북방철도사업 또한 우리의 것이 될 것이라 장담하기 어렵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절실한 이유다.

모처럼 찾아온 봄날에 기관들의 협력을 가로막던 얼어붙은 칸막이마저 녹아내리고 있는 것 같아 반가울 따름이다. 봄날의 훈풍이 그대로 이어져 국내 철도업계가 여름날처럼 뜨거운 활기를 되찾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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