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에서 올리브는 여신 아테나의 나무다.

제우스의 ‘엄친 딸’ 아테나가 포세이돈과의 대결에서 이겨 아티카(지금의 아테네)를 다스릴 수 있었던 것도 올리브 나무 덕분이다. 아테나는 지혜와 전쟁의 여신이지만 평화를 사랑한 정의로운 신이다. 지혜와 정의가 폭력과 사악함을 이기는 것은 세상의 이치. 때문에 아테나는 또 다른 전쟁의 신이자 이복남매인 아레스와의 대결에서 늘 승리한다.

올리브는 고대 로마에선 유피텔(제우스)이나 미네르바의 나무였다. 구약성서에서 비둘기가 올리브 가지(olive branch)를 물고 노아의 방주로 돌아온 것은 평화를 상징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2일 한국과 유럽연합(EU),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등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상에서 잠정 유예한 것을 두고 이른바 ‘올리브 가지’ 전략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과 촉발된 무역전쟁에 동맹국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이란 의미다.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여러 동맹국엔 평화와 화해의 손길을 보내며 우군의 지지를 등에 업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물론 누구보다 끈끈한 사이인 일본은 (다른 쓰임새를 위해 ) 일단 제외했지만 말이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G2 무역전쟁’에 세계가 뒤숭숭하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면서 금융시장이 휘청이는가 하면, 나라마다 자국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느라 주판알을 튕기느라 분주하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간 600억 달러(약 65조원) 규모의 관세 부과와 기술이전 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중국의 경제 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Memorandum Targeting China’s Economic Aggression)’에 서명하자, 뉴욕타임스는 “이번엔 정말 늑대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서로 오랜 기간 늑대가 나타났다고 외쳐댔지만, 정작 나타나지 않다가 이번엔 정말 다루기 힘든 늑대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선제공격을 날린 트럼프 행정부는 대미 무역으로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중국에 ‘채찍’을, 동맹국들에는 ‘올리브 가지’를 내미는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초반 승기는 잡은 분위기다. 물론 중국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30억 달러(약 3조 2400억원) 규모의 관세 보복을 발표하면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전의를 불태우는 중이다. 미국 국채 매도나 WTO 제소도 중국이 꺼낼 수 있는 카드로 꼽힌다.

겉으론 금세라도 물어뜯을 듯 으르렁대지만, 두 나라는 이미 물밑 협상도 시작했다. 언제든 전격적인 협상 타결 소식이 나와도 놀랍지 않다.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을 낳고, 그럴수록 대립과 갈등의 양상은 더욱 심해지기 마련이다. G2의 무역마찰이 장기화될 경우 대중 수출 타격이 불가피한 우리로선 두 경제대국의 ‘총성없는 전쟁’이 매우 짧은 단기전으로 끝나기만을 바라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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