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허두영 (주)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상황 #1> 회사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만큼 성실한 X세대 김 이사, 얼마 전 그는 고객사에서 대형 제안 요청을 받았다. 휴가 기간과 겹쳤지만 정상 출근하며 휴가 기간 내내 제안서를 챙겼다.

<상황 #2> 연구개발팀은 요즘 큰 프로젝트가 겹쳐 야근이 일상이다. 밀레니얼 세대 김 선임은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예정대로 휴가를 냈다. X세대인 이 팀장은 애써 싫은 내색하지 않고 휴가를 보낸다.

<상황 #3> 베이비붐 세대 박 본부장, 갑자기 당일치기로 본부 회식 약속을 잡는다. 구성원들은 당혹스럽지만 거절하지 못하고 참석한다. 밀레니얼 세대 이 사원은 선약 때문에 참석할 수 없다며 용기 있게(?) 얘기하고 자리를 비운다.

사례에서 기성세대인 김 이사나 박 본부장 입장에서는 회사 차원의 당연한 의사결정을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 것들 입장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만약 그들에게 휴가를 취소하게 하고 회식에 참석할 것을 강요한다면 사표를 들이밀지도 모른다.

요즘 것들에게 일이 삶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일 때문에 삶을 희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삶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다. 예컨대 그들은 주말여행을 위해 주중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마지못해 휴가를 보내주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이해하기를 원한다. 기성세대는 그들의 특성을 알고 인내하며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상사 마음대로 예고 없이 회식 약속을 잡는 폭행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술 마시기 싫어하는 직원을 압박해서도 안 된다. 워크숍이나 야유회 같은 모임은 업무 일부이다. 특히 주말에 이런 모임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요즘 것들이 원하는 것은 기성세대와 다르다. 요즘 것들과 공존하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다.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보자.

첫째, 일과시간 외에는 후배직원에게 전화나 SNS를 하지 말자.

‘메일 답장 보냈어. 확인 요망! 많이 수정해야 할 듯~’ 베이비붐 세대 이 본부장이 밀레니얼 세대 김 사원이 보낸 문서를 확인하고 아침 6시가 되기도 전에 보낸 문자 메시지다. 꼭두새벽부터 후배 직원에게 만행을 저지른 거다. 김 사원은 이 메시지를 본 순간부터 기분이 좋지 않다. 출근하자마자 챙기려던 참이었다. 요즘 것들에게 일과시간 외에 하는 전화나 메시지는 삶에 대한 심각한 테러다. 이제 상대방을 배려하며 똑똑하게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둘째, 차라리 일찍 퇴근하게 하자.

“다들 바쁜 것을 알면서 혼자 칼퇴근하네. 저 친구 제정신 맞아?” 기성세대들이 요즘 것들을 질타하면서 종종 하는 얘기 중 하나다. 입사한 지 5개월 된 김 사원, 약속이 있다며 오늘도 칼퇴근이다. 사실 김 사원은 퇴근 후 최근 SNS를 통해 정보를 얻어 5일 과정의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있다. 김 사원 입장에서는 프로젝트가 끝나서 업무 파악과 자기개발을 겸해 학습하는 것이다. 일이 없어 일찍 퇴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야근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눈치를 보며 남아 있는 것이 문제 아닌가?

셋째, 회식하지 말고 맛집 탐방하자.

입사 첫날 김 사원은 환영 회식을 한다. 김 사원은 난생처음 ‘파도타기’를 한다. 마신 술 때문에 다음날 지각을 한다. 근데 웬걸,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날 아침 모두 정상적으로 출근해 있다. 김 사원은 직장생활 시작부터 “내가 이런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까?” 심각한 고민을 한다. 회식 문화는 정말 요즘 것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이제 서로 내키지 않는 뻔한 회식 대신 팀워크를 높이면서 행복하게 즐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요즘 것들이 원하는 것은 회식 자리가 아니라 진솔한 소통이다. 회식 대신 맛집 탐방, 뮤지컬 관람, 야구 관람은 어떤가? 메뉴 선택도 요즘 것들에게 맡겨보자. 예상치 못한 신선한 변화를 경험할지 모른다.

요즘 것들은 그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진심으로 공감하기를 원한다. 회식은 기성세대의 업무 스트레스를 푸는 자리일 뿐이다. 요즘 것들에게 회식은 상사 비위 맞추는 불편한 자리일 뿐이다. 요즘 것들을 위해 차라리 정기적인 미팅으로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편이 훨씬 낫다. 그들은 형식적인 조언과 충고보다는 진심 어린 격려와 지원을 필요로 한다. 조언과 충고는 마음이 열려야 받아들이는 법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