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미 한국전기공사협회 건축전기설비위원회 위원장
김경미 한국전기공사협회 건축전기설비위원회 위원장

새로이 한 해를 맞아 나는 친정엄마가 할머니가 되었던 나이가 되고, 우리 아이들은 내가 엄마가 되었던 나이가 되었다. 참으로 철이 없었던 엄마였던 나인데, 이 나이가 되어서도 철없기는 마찬가지인 듯 싶다. 그러면서 엄마가 나를 키우셨던 마음, 내가 우리 아이들을 키웠던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요즘 한 드라마 속의 아버지를 통해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의 삶이 당연한 것이 아닌, 부모의 삶도 돌아봐줄 수 있는 자식으로서의 자세도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면서 오래전 한 공익광고가 생각났다. “아빠는 나를 사랑하신다. 말 잘들을 때만!” 이 광고카피를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 아이들은 나를 사랑한다. 하고싶은 거 해줄 때만!” 이렇게 바꿔봄직 하다.

그리고 나를 돌아보면, 아이들하고 도란도란 얘기를 잘 나누는 것 같지만 그것은 사실 기분좋은 얘기를 나눌 때 그러하다. 아이들과 충돌하는 의견이 있을 때, 나는 그리 도란도란 하지 못한것 같다. 물론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아이들 입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우기고 나는 내 입장에서 나의 의견을 우기면서 서로의 의견을 상대방에게 강요 하려고 하는게 대화의 방식이었던 듯 싶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생각해보니 성장과정에서 나도 아이들도 자신의 주장에 대해 부모를 설득하는 훈련이 되어있지 않아서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말 잘 들을때만 사랑하는 엄마로, 아이들은 원하는 걸 해줄때만 부모를 사랑하는 아이가 된듯하다.

아이가 어려서는 예쁜 마음에 뜻 받아주던 엄마가 초등학생을 지나 중고등학생의 사춘기가 되면서 나의 기준에서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주게 된것 같다. 그러다보니, 아이들도 자신의 요구에 대해 논리적으로 부모를 설득하는 연습(나는 부모에게 반항하는 연습이라고 표현하고 싶다)없이 ‘다른 아이들도 다 하는데!’ 또는 ‘왜 엄마는 안되는데!’ 라는 억지로 상처를 주고, 나는 나대로 ‘그게 왜 필요한데!’ 또는 ‘꼭 없어도 되겠고만!’ 이라는 억지를 아이에게 던지게 되면서 아이로 하여금 올바르게 반항하는 방법에 대해 가르치지 못한것 같다.

부모와의 이런 반항 연습은 대학과 사회로 이어지는 여러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상대방과의 의견 차이를 줄여가는 데 큰 도움이 될것 같은데 말이다.

이런 반항연습은 어릴때부터 시작해 주어야 할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얼마전 병원 대기실에서 대여섯살의 딸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빠를 봤다. 나는 구현동화 방식으로 책을 읽어 주었었는데, 지금은 책을 읽어주는 방법도 많이 바뀐듯 했다. 책을 읽어 주면서도 아이의 작은 반응에 ‘왜?’, ‘그래서?' 등 아이의 생각을 불러내는 질문을 던지고, 아이는 책 안의 이런저런 그림에 자신의 생각이 반영된 말을 하면서 서로 대화를 하듯 책을 읽어주는것이 아닌가. 그걸보면서 저런 작은 행동들이 사춘기 시절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부모에 대한 반항연습으로 이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봤다.

지금은 동화책을 읽어주기엔 너무 커버려서 성인이 되어버린 나의 아이들은 반항연습이 덜 된 채로 사회생활을 할 것이다. 물론 그동안 친구, 선배, 선생님들과의 관계를 통해 터득한 나름의 방법을 들고나가 직장내 수직, 수평관계를 통해 또다른 반항연습을 하게 되겠지만. 그리고 어쩌면 더 나은 멘토를 만나 훌륭한 반항연습을 하게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제는 그런 걱정보다 나름의 방법으로 터득한 반항방법이 사회에서 만나는 여러 구성원들과 잘 융합되어 자신의 의견을 상대에게 오해없이 전달하고 또, 상대방의 의견을 편견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성숙한 성인이 되도록 조언을 해 주는게 나의 역할일 듯 싶다.

욕심을 부려본다면 바른 반항연습이 되어 터득한 바른 시선의 반항방법으로 작게는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부터 크게는 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바라보고, 고민하고 또 바른 방향으로 실천하는 성숙한 성인이 되어주기를 바래본다. 더 나아가 이제는 타인에게서 돌아오는 반항을 현명한 방법으로 받아들여 토론과 타협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함께 나아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소중한 밑걸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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