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시대’ 자원 중요성 갈수록 증가
韓-사업 접을때, 中・日-대규모 투자 진행

멕시코 볼레오 사업 첫 코발트 생산을 축하하는 광물자원공사 직원들.
멕시코 볼레오 사업 첫 코발트 생산을 축하하는 광물자원공사 직원들.

해외자원개발 실패로 빚더미에 앉은 자원공기업들을 보는 여론은 싸늘하다. 무능하고 부패한 부실 공기업들이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가장 상황이 심각한 광물자원공사는 파산까지 거론된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광물자원공사에 정부 자본금을 증액하는 송기헌 의원(더불어민주당, 강원 원주시을)의 공사법 개정안은 “공기업도 실력 부족이나 부패로 경영을 잘못하면 문을 닫아야 한다”는 홍영표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부평구을)의 주장에 가로막혔다. 투표에 참여한 197명 중 10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그것도 같은 당 의원의 반대로 무산된 드문 경우다. 2017년 상반기 기준으로 광물자원공사 부채는 5조7845억원이나 된다.

하지만 지나치게 공기업들에만 비판이 집중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기업들은 특성상 정부 정책을 그대로 수행할 수밖에 없으며 진짜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은 자원외교를 무리하게 밀어붙인 당시 정책 결정권자들이라는 것이다.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 노조는 각각 지난 5일과 22일 해외자원개발을 주도한 MB 정권 당시 인사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당시 사업을 지휘한 경영진은 지금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주어진 일을 수행했을 뿐인 공사 직원들만 희생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공기업들의 뼈를 깎는 반성을 얘기하지만 남아 있는 직원들은 사실 수년간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가스공사 등 자원 공기업 3사 모두 임금 반납, 구조조정, 복리후생 축소 등을 겪었다. 광물자원공사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전 임직원이 최대 20% 임금을 반납했으며 사옥도 외부에 임대하는 등 모든 직원들이 어려움을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을 모조리 실패로만 규정하고 정리해버리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는 우려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자원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이미 보유한 자산마저 급하게 처분하는 것은 기회를 놓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텅스텐 등 주요 희토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국제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원재료인 니켈과 코발트 가격은 지난 한 해 동안 각각 20%, 128% 올랐다.

광물자원공사는 지난 2016년 한 해 동안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광산에서 니켈 4만t, 코발트 3000t을 생산했다. 연간 국내 니켈 소비량의 25%, 코발트 소비량의 20%에 달하는 양이다.

광물자원공사 측 관계자는 “10년 이상 길게 두고 봐야 하는 자원개발 사업의 특성상 암바토비 사업의 성패를 속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며 “앞으로 자원 가격이 오르면 암바토비 광산의 가치가 재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자원의 96%, 광물 자원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입장이다. 그런데 유일하다시피 할 수 있는 자원 개발 경험을 가진 광물자원공사는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우리나라가 해외자원개발 자산 처분과 공사 정리를 얘기하는 사이 중국과 일본은 전 세계 광산에 대규모의 투자를 하는 중이다. 지난 2016년 중국은 800억달러, 일본은 1000억달러 이상을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했다. 반면 같은 시기 한국은 27억달러를 투자하는 데 그쳤다.

산업부는 “광물자원공사에 대한 구체적 처리 방향은 정해진 바 없다”며 “해외자원개발 혁신 TF를 통해 부실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사업별 경제성을 검토해 철저한 구조조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2월 말에서 3월 초에는 해외자원개발 혁신 TF의 종합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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