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
박상덕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수석연구위원

면허는 대부분 기한이 차면 갱신하는 과정을 밟는다. 자동차 운전면허의 경우에 일정주기 마다 신체검사를 해 운전 가능여부를 가리고 결과에 따라 갱신해 준다. 지체가 부자유한 경우에는 그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특정 설비를 갖추는 조건으로 운전면허를 발행해 주거나 갱신해 준다. 원자로조종사나 원자로조종감독자 면허도 법에 의해 정해진 보수교육을 이수하면 면허를 갱신해 준다. 이것은 상식이다.

원자력발전소도 일정기간 운전할 수 있는 면허(운영허가)를 받고 운전한다. 기간이 만료되면 면허를 갱신하는 절차를 밟는다. 면허 갱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이다. 정부입장에서는 안전성이 중요하고 사업자 입장에서는 안전성이외에 경제성도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정부는 안전성을 판단하는 기준을 마련해 놓고 있다. 이 기준에 맞는지 확인해 면허를 갱신해 주는 것이다. 사업자는 안전성을 만족시킨다 하더라도 경제성이 없으면 원전의 면허를 갱신하지 않고 원전을 해체하는 과정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이것도 상식이다.

2017년 1월 8일 현재, 전 세계에 운전되고 있는 원전 448기중에 288기가 31년 이상 운전되고 있으며 이중에 40년 이상 운전되고 있는 원전은 98기나 된다. 미국은 1차 운영허가 기간을 40년으로 하고 1차 면허갱신을 통해 60년까지 운전하도록 허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움직임은 2차 면허 갱신을 통해 80년까지 운영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미국 전력연구소는 미국 에너지성의 경수로 지속성 프로그램에 따른 분석을 내놓고 2차 20년 면허갱신에 문제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런 시도를 하는 이유는 계속운전 비용이 신규 원전건설비의 약 1/5정도이기 때문이다. 원자로의 안전이 보장되고 경제성이 확보된다면 원자로를 계속 운전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상식이다.

일본의 간사이 전력회사가 운영하는 다카하마 원전 1,2호기도 작년 2월에 새로운 규제기준에 따라 면허가 갱신되어 60년까지 운전하게 되었다. 심사에 가장 영향을 미친 것은 전기 케이블의 화재 방지 대책인데 방화 대책이 어려워 폐로 가능성도 제기 되었지만 방화시트로 덮는 방법으로 새로운 규제기준을 만족시켜 운영허가가 난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이지만 강화된 안전기준에 따라 평가해 만족시키면 계속 운전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간사이 전력회사의 오이원전 1,2호기는 전력판매량 감소와 보강공사 비용 때문에 폐쇄하기로 했다. 정말 상식이 통하는 사회다.

우리나라도 원자력발전소 면허갱신의 경험은 있다. 고리1호기의 경우 1차 30년 면허기간을 마치고 면허가 갱신되어 10년 더 운영하고 작년에 폐쇄되었다. 미국의 경우로 보면 1차 면허기간인 40년만 운전한 셈인데 안전성이나 경제성에 대한 분석결과도 없이 그냥 폐쇄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참으로 비상식적인 일이다.

더구나 작년 12월 말에 발표된 8차 전력수급계획은 우리나라 모든 원전의 면허갱신을 불허하는 내용을 담았다. 쌩쌩한 발전소에 대해 무조건 면허갱신을 해주지 않는 것으로 정했다. 과연 상식적인 것인가? 기술적, 경제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그것을 만족시키지 못할 경우 면허를 갱신해 주지 않겠다고 한다면 누구도 거기에 불만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면허갱신의 조건도, 조건에 대한 논의도 없이 무조건 원전을 정지 시키는 것이 국민 중심 정부가 할 일인가? 그 결과가 모두 국민의 경제적 피해로 돌아갈 텐데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한 공약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원자력발전소의 면허갱신은 기술적이고 경제적인 문제이다. 기술적 경제적인 검토를 통해 면허갱신 여부를 가리는 사회가 바로 상식이 통하는 사회이다. 그런데 원자력분야에서는 상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원자력분야에서만 있는 일이고 다른 분야에서는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정말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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