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민/ (사)글로벌코리아 이사장·칼럼니스트·방송인
김수민/ (사)글로벌코리아 이사장·칼럼니스트·방송인

영하의 날씨보다 마음을 얼어붙게 하는 매정한 부모들의 뉴스를 접하는 요즈음은 새끼를 위해 온몸을 불사르는 가시고기 아비의 사랑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가시고기 수놈은 3, 4월이 되면 암놈을 맞을 둥지를 짓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한다. 제일 먼저 주둥이와 가슴지느러미를 써서 바닥의 모래나 진흙을 파내어 지반을 정리하고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죽은 수초나 가랑잎, 물풀의 뿌리 등 짚을 물어 나른 후 콩팥에서 분비한 실 같은 점액을 묻혀 얼기설기 엮은 짚의 날개를 붙인다. 그 사이 암놈은 산란을 준비하는데 알을 낳기 위해 암놈이 방안에 들어가면 수놈은 초긴장 상태로 동정을 살핀다.

그러나 알을 다 낳은 암놈은 들어온 입구의 반대쪽으로 머리를 밀어서 둥지 밖으로 나가버린다. 촌각의 시간도 놓치지 않고 수놈은 달려 들어가 알 위에다 정자를 뿌리고 알을 모두 낳은 어미는 진이 다 빠져버려 맥을 잃고 몇 시간 안에 근방에서 죽어버리고 만다.

암컷 한 마리는 보통 450여 개의 알을 낳는데, 일주일 후에 알이 부화될 때까지 아비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입과 가슴지느러미를 흔들어 쉼 없이 물의 흐름, 수류를 일으킨다. 수정란이 커가는 데 해맑은 산소가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잡아먹으려 드는 놈들을 죽을 힘을 다해 막다가 새끼들이 나올 즈음이면 수놈은 기운이 다해 형편없는 몰골로 산란장 근방에서 그만 죽고 만다. 그러면 새끼들은 심장의 피가 식지 않은 아비의 살점을 발라 먹고 자라난다. 그리고 새끼들은 길 떠날 준비에 바빠진다. 다시 바다로 내려가 1, 2년 지내면서 제가 태어난 강으로 다시 올라와 알을 낳는다. 이렇게 회귀(回歸)해 부모와 같은 길을 걷는 것이다.

새끼를 위해 자신의 몸을 온전히 내어주는 가시고기의 사랑은 자식을 버리거나 심지어 자식을 죽이는 인간의 자화상을 부끄럽게 한다. 요즈음 결손가정 중에는 아빠가 실직하거나 사망하면 집을 나가버리는 엄마들이 많다고 한다.

기가 막힐 일이다. 6. 25 한국전쟁 시절, 남편을 잃고 아빠의 얼굴 한번 보지 못한 배속의 아이(유복자)를 혼자서 훌륭하게 키워낸 어머니들이 한국에는 무수히 많았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처럼 아버지들도 가족을 위해 월남전, 사우디 건설현장에 나가 목숨을 잃기도 하고 산업현장에서 밤낮없이 골병드는 줄도 모르고 치열하게 일해 왔다. 특히 시골에서는 땅 팔고 소 팔아 자식을 공부시켰기에 노후대책은 사치였다.

그런데 왜 요즈음 들어 자식을 갖다버리는 사람도 많고 아무렇지도 않게 자식을 죽이는 부모들이 늘어나는 것일까. 끔직한 일이다. 동물보다 못한 인간들이다.

작년 한 해 아동학대는 2만여 건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가정폭력 뒤에는 가정파탄, 경제적 어려움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화목한 가정에서 가출 청소년이 나올 리 없고, 미혼모가 될 리 없다. 부모가 가난하고 못 배웠어도 화목한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꿈을 잃지 않는

다. 하늘이 이 세상에 가장 먼저 세운 것은 학교나 교회, 회사가 아니라 ‘가정’이란 말이 있다.

성경에는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는 구절이 있다(에베소서 6:4). 부모가 자녀를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교육이 아니라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녀들의 인격과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라는 뜻인데 부모가 편애를 할 때, 자녀들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사용할 때, 즉 욕을 하거나 무시하는 말, 저주와 악담을 퍼부을 때 자녀를 노하게 만든다.

또한 부모가 잘못된 권위주의에 사로잡혀 권위를 남용할 때, 자녀를 사랑하지 않고 자녀의 필요를 돌보지 않을 때, 자녀는 노여움을 느낀다고한다.

권위에 앞서는 것이 부성애, 모성애다. 권위 때문에 부모가 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 때문에 부모가 되는 것이다.

가시고기 아비의 사랑. 가시고기 아비의 사랑은 가족을 지켜내려는 아비의 안간힘이다. 언제부터인지 세상은 결혼을 준비하기보다 결혼식 준비만 한다. 그래서 가정의 책임자로 희생과 책임이 따르는 남편과 아내, 부모가 되는 준비를 못한 채 결혼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역할의 부적응으로 파국을 맞는 경우가 많다.

혼수준비보다 결혼예비학교를 수료하고 노후준비보다 아버지학교를 수료할 필요가 있다.

가족이 바라보는 ‘나’는 바람직한 모습인지 냉철히 돌아보고 변화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부모가 많아질 때 대한민국에 소망이 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