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선 미미하지만..." 국내외 정유업계도 관심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경쟁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100여년간 자동차 산업과 정유 산업은 운명 공동체나 다름없었지만 전기차가 균열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부, 지자체, 정유 업계는 주유소 전기차 충전기 구축에 힘을 쓰고 있다. 전국 1만 4000여개에 달하는 주유소 중 일부에만 전기차 충전기를 구축해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위험물안전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시행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서울에 있는 모든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국내 최대 차량용 에너지 소매사업자인 SK네트웍스가 전기차 충전기 구축에 나서면서 한층 탄력을 받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지난달 현대차와 손잡고 서울 2곳, 대구 1곳에서 운영 중인 직영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도록 했다. SK네트웍스는 부지를 제공하고, 현대차는 자사 전기차 이용자들에게 무료충전 혜택을 1년간 제공할 계획이다. 지금은 3곳에 불과하지만 주유소 곳곳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면 접근성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GS칼텍스의 경우에는 SK네트웍스보다 몇 년 앞서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고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제주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에 참여해 제주도 내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했고, 서울 삼성로점 주유소에도 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전국에 2500여개 GS칼텍스 주유소가 있고, 일찌감치 주유소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검토해 온 만큼 빠르게 충전기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주유소협회도 KT와 손잡고 주유소 전기차 충전기 확대를 추진 중이다. 당장 내연기관차를 위한 주유업무를 중단하진 않지만 언제든지 전기차 충전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전기차의 증가가 내연기관차의 감소나 마찬가지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내연기관차의 헤게모니가 서서히 전기차로 넘어가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주유업계의 움직임은 곧 전기차의 위상이 달라졌단은 걸 의미한다”며 “전기차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는데 기존 주유소만 운영하고 있다가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유소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 확장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석유회사 로열더치쉘은 최근 유럽 최대 전기차 충전소 업체인 뉴모션을 인수한다고 밝힌 것이다. 한해 매출이 300조원에 달하는 거대 석유회사가 전기차 충전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로열더치쉘은 전 세계에 운영 중인 5만여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초 벤 반 보르이덴 로열더치쉘 CEO는 화석 연료 산업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어 석유 업계가 청정 에너지를 수용해야만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2020년까지 재생 에너지 투자를 10억달러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했는데 이번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인수한 것도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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