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건설 등 관련 업계도 생존권 위협...정책적 배려 시급

분산형 전원 중 하나인 집단에너지 사업자들이 생존권 위협에 내몰리고 있다.

집단에너지업계에 따르면 빅2로 불리는 지역난방공사와 GS파워를 제외한 군소 집단에너지업계 대부분이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단에너지는 열병합발전소 등 에너지 생산시설에서 생산되는 열과 전기를 판매하는 사업으로, 액화천연가스(LNG)를 주 연료로 사용하고 효율이 좋아 친환경에너지로 불린다.

하지만 지역난방공사 등 메이저 회사를 제외하고는 저가의 열원과 수요처 확보가 용이치 않아 원가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 그 결과 지난해 36개 집단에너지 사업자 중 24개사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한국집단에너지협회(회장 유정준)는 국정자문기획위원회에 ‘집단에너지 진흥 정책 건의문’을 전달한 데 이어, 지난 7월 10일에는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청사 앞에서 궐기대회도 열었다.

◆집단에너지 산업의 구조적 변화

과거 집단에너지사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한 새로운 도시개발이 한 몫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변화로 대규모 택지지구 개발이 사라지고 있다. 인구절벽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이제 국가적 차원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기존에 개발된 신도시들도 미분양이 늘면서 개발이 지연되고 있으며, 국내 지역난방 공급가구수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열판매량은 그만큼 늘지 않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건물단열 개선 등으로 단위세대당 열판매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00년 이후 15년 동안 지역난방 공급세대수는 97만호에서 241만호로 148% 증가했지만 주택용 열판매량은 55% 증가에 그쳐 세대수와 판매량 증가율이 현격한 차이가 난다.

집단에너지를 떠받치는 또 하나의 기둥인 ‘집단에너지공급대상지역 지정·공고제 (집단에너지 공급지역 고시)’ 실효성 논란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역지정제가 소비자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폐지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데다 최근에는 지역난방업계 내부에서조차 공급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등 집단에너지 지역고시를 스스로 위반하는 사례까지 발생하면서 실효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또 열부문 손해를 일부 전기판매에서 보충할 수 있는 여건도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이다. 전력거래소 전력수급현황에 따르면 전력공급 예비율은 30%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몇 년간 전력예비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전력판매량이 정체하거나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설계 등 관련 업계도 경영악화 심각...정책적 배려 필요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의 경영 악화는 설계 등 관련 업계로까지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신규 건설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열병합발전소 설계를 주로 하고 있는 지역난방기술의 경우 매년 360억원대의 매출과 55억 원 내외의 영업이익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은 310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도 8억원으로 급감했다. 올 상반기는 100억 원 미만의 매출과 20억 원 이상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신규 물량의 감소로 하반기 적자 규모는 더 확대될 전망이고,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심각한 경영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회사 설립부터 지난 25년간 기술제공 합작사였던 핀란드 포리사가 2년 전 서둘러 지분을 매각하고 한국에서 철수한 배경도 이미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한국 집단에너지 시장의 전망을 어둡게 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설계 분야 업계 선두 공기업인 한국전력기술도 마찬가지다. 탈원전·탈석탄에 따른 신규 발전소 건설이 없는 게 주요 원인이지만, 열병합발전소의 신규 발전소 건설 수요마저 없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건설사의 경기 악화 등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 집단에너지 업계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높은 에너지 효율과 송전선로 건설을 최소화 하는 등 사회적 편익이 큰 집단에너지는 수요지역 인근에 건설이 가능하고, 원전과 석탄을 줄이는 대안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어 정책적 배려가 요구된다”며 “독일 등 유럽 국가들도 집단에너지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경제적 효율과 사회적 정책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맞춰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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