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커지는 탈원전 목소리...‘에너지 자립마을’서 답을 찾다
서울시, 동작구 성대골서 ‘에너지 슈퍼마 켙’ 실험 중
에너지 생산과 소비 따른 지역 갈등 해소 방안 주목
작성 : 2017년 08월 10일(목) 12:26
게시 : 2017년 08월 11일(금) 08:48
가+가-
서울시 동작구 성대골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마트가 있다. 바로 ‘에너지 슈퍼마켙’이다.

2012년 에너지 자립마을로 선정된 이후 성대골이 벌인 다양한 활동 중 하나인 '에너지 슈퍼마켙'은 태양광 충전기, LED조명 에너지 절약 상품을 판매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절약의 방법과 필요성도 홍보한다.

성대골 주민들은 “동네에서 에너지 절약 제품을 쉽게 구할 수 있고, 집에서 새는 에너지를 잡는 방법도 배울 수 있어 좋다”며 “에너지 슈퍼마켙은 마을의 사랑방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서울시가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자립마을과 같은 실험은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둘러싼 지역 간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신고리 5,6호기 건설과 관련해 원전을 짓는 지역과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만 사용하는 지역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위험을 감수하는 건 지역민인데 실제로 혜택을 보는 건 수도권, 대도시라는 게 갈등의 핵심이다.

현재 국내 대도시의 전력자립도는 낮은 수준이다. 에너지경제원구원의 ‘2016 지역에너지 통계연보’에 따르면 부산(157.51%)과 인천(294.58%)을 제외한 광역시는 타지역에서 전력을 공급받는다. 특히 서울은 1.69%로 최하위이고, 경기도도 42.91%로 절반에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전환의 핵심은 수도권을 비롯한 대도시의 전력자립도를 높이는 데 있다고 입을 모은다.

에너지 자립도가 가장 낮은 서울시의 변화가 시작된 건 2012년부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문제를 2012년 ‘원전하나줄이기’ 사업을 통해 풀기 시작했다. 현재는 ‘원전하나줄이기2’인 에너지살림도시 사업을 진행 중이다. 그 중에서도 에너지 자립마을은 에너지 공동체를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시민들의 의식도 개선하는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 공동체 방향을 제시한 서울시 에너지 자립마을
서울시 에너지 자립마을은 에너지 공동체를 조성한 우수사례로 꼽힌다. 주로 에너지 자립을 위한 홍보활동을 통해 에너지 절약을 독려하고, 주택 단열개선과 LED조명 교체로 에너지 효율화 작업을 한다. 태양광 발전소 설치 등 에너지 자립을 높이기 위한 활동도 포함된다. 무엇보다 에너지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마을 주민들은 에너지 전문가로 성장한다.

그 중 성대골에서 지난해부터 추진한 ‘미니태양광 리빙랩’은 단연 돋보인다. 리빙랩(Living Lab)은 사용자나 지역주민들이 전문가들과 함께 실험의 주체로 참여하면서, 직면한 사회적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혁신플랫폼이다. 미니태양광 리빙랩에 동참한 성대골 주민들은 기술·금융지원·교육홍보 등 세 분야로 나눠 ‘태양광 발전 DIY’ 개발과정에 참여했다.

미니태양광 제작과정에서 주민의견을 반영하고, 설치비 부담이 문제가 되자 무이자 금융상품인 ‘우리집솔라론’을 출시했다. 태양광 발전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어린이집 원아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홍보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김소영 성대골 에너지 자립마을 대표는 “에너지 자립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도시의 자원은 태양과 사람밖에 없어 미니태양광 리빙랩을 통해 태양광 발전의 확산방안을 연구했다”며 “태양광 발전은 에너지 자립의 첫 단추일 뿐이며, 이를 통해 주민들이 에너지 절약에 동참하려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 에너지 자립마을 중 하나인 동대문구 홍릉동부아파트는 지난 5월 이후 아파트 전경이 크게 변했다. 전체 371가구 중 350가구(94%)가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에 동참하면서 최고층인 23층부터 일직선으로 늘어선 태양광 패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아파트 옥상에도 발전소를 설치했다. 태양광 발전 효율이 떨어지는 저층부(1~3층) 세대를 배려한 결과다. 또 주차장과 계단, 각 세대별 현관 센서등을 LED조명으로 교체하는 등 에너지 효율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홍릉동부아파트 입주민이자 마을주민의 에너지 절약 실천을 이끌고 있는 전철수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가 지금까지 에너지 소비도시였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의 ‘원전하나줄이기’사업을 통해 에너지 생산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며 “수도권에서 에너지 전환과 자립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나간다면 탈원전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에너지 자립마을은 태양광 발전 설치 독려뿐 아니라 주민 교육을 통해 에너지 시민을 양성한다. 에너지 공동체 운동이 주민생활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이유다.

또 다른 에너지 자립마을인 동작구 경동윈츠리버 주민 김도연(52) 씨는 “태양광 발전은 전자파에 대한 불안감도 있고 전기요금 절약효과도 크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만 에너지 운동에 동참하고 아이들이 에너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도록 교육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에너지 공동체 운동, 높은 이주율에 발목
하지만 서울시 에너지 자립마을도 도시에 위치한 탓에 현실적인 난관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도시의 높은 이주율이 지속적인 에너지 공동체 운영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성대골(동작구 상도3·4동)의 경우 지난해 주민등록인구 5만5782명 중 31.6%인 1만7638명이 성대골을 떠났거나 새로 전입했다. 이동이 잦다보니 에너지 공동체를 유지하기 어렵고, 교육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또 최근 늘어난 1인 가구도 도시에서의 공동체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다. 1인 가구의 개인주의성향 때문에 마을 공동체가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이다.

에너지 활동가들은 매번 에너지 소비를 줄이라고 교육해야 하는 것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기후변화로 여름과 겨울이 길어지고 폭염과 한파로 인한 에너지 소비의 증가요인은 늘어나는데 에너지 절약만을 강조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자립마을이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태양광 미니 발전소 설치도 세입자가 많은 도시 특성상 한계가 있다. 세입자가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려면 집주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제약이 따르고, 이사할 때 탈부착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점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에너지 공동체를 통해 주민인식 개선이 먼저
에너지 공동체의 모범사례인 영국 토트네스(Totnes) 마을의 전환운동은 에너지 활동가의 모임인 ‘전환 마을 토트네스(TTT, Transition Town Totnes)’를 중심으로 한 주민 참여형이다.

토트네스에서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려면 먼저 자신을 포함한 여섯 가구 이상을 모아 ‘함께 전환하는 모임’을 구성하고,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며 생활 방식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함께 전환하는 모임’에 참여한 ‘전환가정’들은 서로의 생활습관이 개선되도록 돕고, 전기, 가스, 수도요금을 절약하는 한편 주택 단열 개선사업을 추진한다. 이 과정을 거친 후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수 있다.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는 전환가정들이 모여 ‘전환거리’가 조성되고, 전환거리가 늘어날수록 에너지 자립도는 높아진다.

김준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에너지 자립을 위해서는 에너지 생산뿐만 아니라 에너지 수요관리가 중요하다”며 “에너지 공동체는 에너지와 기후변화에 대한 주민들의 인식을 높이고,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에너지 생산과 수요절감을 적극적으로 실천해나갈 수 있는 토대”라고 설명했다.
조재학 인턴기자 기사 더보기

2jh@electimes.com

많이 본 뉴스

종합

전력

산업

시공

인기섹션
기획특집

기사 목록

전기신문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