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라인▽
(영농형 태양광발전)쌀 자라는 논 위에서 전기도 생산한다고?
남동발전, 경남 고성서 영농형 태양광 발전 실증
식물 성장에 쓰고 남은 햇빛으로 전력 생산 가능
농지법 등 규제 해결해서 산업부-농림부 협업모델 제시 기대
작성 : 2017년 07월 31일(월) 17:17
게시 : 2017년 08월 04일(금)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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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수 한국남동발전 삼천포발전본부 가치창조부 부장이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소재 영농형 태양광 발전 실증단지 한 켠에 마련된 태양광 발전단지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리키며 일일 발전량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출범한 신기후체제의 등장은 화석 연료 중심으로 진행돼 온 세계 에너지 시장의 물줄기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돌리는 전환점이 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BAU 대비 37%라는 공격적인 목표치를 제시하며 신재생에너지 확대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탈석탄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를 준비하는 정부와 전기·에너지 업계의 걸음도 빨라지는 추세다.
이와 관련 한국남동발전(사장 장재원)은 오는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설비비중 35%를 확보한다는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한 상황이다. 이는 회사 전체 발전량의 20%인 약 5760MW 정도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계획으로, 정부의 2030년보다 5년 빠르게 준비하는 것이다.
남동발전의 신재생에너지 자체설비 용량인 106MW이고, REC를 포함한 양이 666MW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공격적인 목표치라는 게 회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심지어 일부에선 현 수준의 신재생에너지 개발 여건을 고려할 때 실현 불가능한 수치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남동발전에서 추진 중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 사업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농사를 지으면서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도 생산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농가 소득개선과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7월의 마지막 주에 남동발전 본사 및 삼천포발전본부 관계자들과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에 위치한 영농형 태양광 발전 실증사업 단지를 다녀왔다.

▲농지 위 4m 높이에 드문드문 설치된 태양광 패널로 식물 성장에 충분한 햇빛 확보
남동발전이 선보인 영농형 태양광 발전은 농지 위 4m 높이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아래 쪽 논에서는 벼 등의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이다.
특히 영농형 태양광 사업은 한정된 면적에서 최대한 많은 햇빛을 받기 위해 패널들을 다닥다닥 붙여서 시공하는 일반 태양광 발전과 달리 패널을 드문드문 설치하는 게 특징이다. 태양광 패널 사이의 간격을 멀찍이 떨어뜨려 놓음으로써 농지에 심은 작물들이 충분한 일조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영농형 태양광 사업의 경제성을 확인하기 위해 남동발전은 지난 6월 15일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일대의 한 농지에서 실증사업에 나섰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시도하는 모델이다보니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데에만 3주 가량의 시간이 소요됐다고.
사업에는 경상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과 중소 벤처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경상대는 모의 생육 상태 연구 분야에, 벤처기업은 태양광 발전 설비 설치 분야에서 각각 힘을 모으고 있다.
남동발전은 이를 통해 작물 생육 연구의 신뢰성을 높이는 한편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 모델을 구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조천환 남동발전 신재생미래사업단 신재생에너지실 태양광개발부 부장과 여정수 남동발전 삼천포발전본부 가치창조부장 등 회사 관계자들과 찾은 이 곳 현장에서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한 농지와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은 같은 면적의 농지(비교부지)가 조성돼 있었다. 논에는 빠른 수확이 가능한 조생종과 생육기간이 긴 만생종 등 2개의 품종이 각각 심어져 있다.
태양광 설비도 패널을 2개씩 이어 붙여 놓은 일본형 시설과 하나의 패널을 이용하는 한국형 모델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
여정수 부장은 “이 곳에서의 실증사업을 통해 한국형-조생종, 한국형-만생종, 일본형-조생종, 일본형-만생종 등 4개 모델에 대한 평가가 이뤄질 예정”이라며 “현재까지 영농형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논의 모와 비교부지의 모 간 생육상태는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벼 생육에는 전혀 지장이 없고, 가을에 추수하면 기존 대비 80% 이상의 수확량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식물 성장에 쓰고 남는 햇빛으로 전력 생산…일조량 좋아 일일발전량 당초 기대치 ‘상회’
영농형 태양광 발전의 이론적 토대는 ‘광포화점 이론’이다. 광포화점 이론이란 식물이 자라는 데 일정 수준 이상의 일조량만 확보하면 된다는 것으로, 광합성 속도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는 빛의 세기를 뜻한다.
실제로 식물의 광합성 정도는 빛의 세기에 따라 계속 증가하다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하면 더 이상 광합성량이 늘어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 부장은 이렇게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일조량을 초과하는 ‘남는 햇빛’을 가지고 전기를 생산하는 게 영농형 태양광 발전‘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양지식물은 자라는 데에는 햇빛을 필요로 합니다. 햇빛을 받은 엽록소가 광합성을 함으로써 생육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이 때 최대치의 광합성 수준을 광포화점이라고 하는데요.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빛은 식물이 광합성에 사용되지 못하는데요. 영농형 태양광 발전은 이렇게 남는 햇빛을 전기 생산에 활용하는 기법입니다.”
이와 관련 남동발전의 영농형 태양광은 전체 일조량의 70%는 벼 재배에 쓰고 나머지 30%를 태양광 발전에 활용하도록 설계돼 있다. 벼의 생육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전망이다.
여 부장은 현재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논과 비교부지에 심긴 모들의 생육 상태는 거의 차이가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일조량이 좋은 논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한 덕분에 일일 발전량도 기대 이상의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당초 이 곳은 하루에 350kWh 정도로 발전을 하도록 설계됐습니다만 장마기간이라는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현재 누적 발전량이 1만4000kWh를 기록하는 등 하루 평균 410kWh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이는 주변 지역 중에서도 일조량이 좋은 ‘논’에 설비를 설치한 덕분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한 태양광 패널 사이의 간격이 넓고, 논에 물이 차있는 덕분에 생기는 냉각효과도 발전량을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농업진흥구역 내 설치 불가한 현행 농지법 등 과제 넘어서야…긴 호흡으로 접근할 것
이에 반해 주어진 공간에 패널을 가득 채워서 전기를 생산하는 일반 태양광과 달리 부지와 사업규모(1MW 이상) 등이 일정 수준 이상 확보돼야 한다는 점은 영농형 태양광 발전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지목된다.
농지법 등 사업 추진을 근본적으로 가로막고 있는 ‘규제’도 넘어서야 한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 설비는 ‘논’ 위에 설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농지법 상 농업진흥구역으로 지정된 논에선 태양광 설비를 설치 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절대농지인 논에서는 농사 외에 다른 걸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농업보호구역의 경우 농지전용 및 개발행위 허가 시에 태양광 발전이 가능하지만 잡종지로 변경해야 설치가 가능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에요. 현재 실증사업을 진행 중인 이 곳도 한시적으로 변경허가를 받았기에 태양광 설비 설치가 가능했지만 2년 후에는 다시 농업보호구역으로 바뀌게 됩니다.”
영농형 태양광 발전의 사업화를 추진 중인 조천환 부장은 “이 사업은 보다 긴 호흡을 가지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강조한다.
국토 면적이 좁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육상에서 태양광 발전 사업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영농형 태양광 발전에 대한 규제 개선 등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남동발전은 영농형 태양광 발전은 농민 참여형 사업으로 확장하고, 작물 생육 맞춤형 태양광 사업 등 다양한 연계사업을 구상하는 데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밭농사에도 태양광 발전을 적용하는 등 확대 전략도 수립했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농형 태양광 발전의 사업화 추진을 위해 근본적인 부분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겠다는 설명이다.
“저희가 영농형 태양광 실증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이번 실증 연구를 통해 벼 생산과 태양광 발전을 병행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고 있어요.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영농형 태양광 발전에 대한 정부운영 가이드라인 등이 만들어 진다면 청년이 떠나는 농촌에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산업부와 농업을 책임지는 농림부 간 협업의 대표 사례가 될 수도 있고요.”
영농형 태양광 발전 설비에서 생산중인 전력량을 도식화 한 모니터링시스템 화면의 모습. 100kW급 용량의 영농형 태양광 발전은 기자가 현장을 방문한 7월 26일 12시 40분 현재 87.4kW의 전기를 생산하며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조정훈 기자 기사 더보기

jojh@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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