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충전업계 “충전시장 만든다던 정부, 시장가격 뒤흔들고 있다” 지적
환경부는 “이용자 충전요금 부담 줄여 전기차 보급 활성화 시키겠다”

정부가 12일부터 전기차 급속충전 요금을 기존 173.8원으로 인하하면서 민간 사업자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민간 충전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통행을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는 12일부터 전기차 급속충전 요금을 kWh당 313.1원에서 44% 인하한 173.8원으로 대폭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월 kWh당 313.1원으로 정부가 충전요금을 결정할 당시에도 적정한 요금수준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지만 이번 인하 결정은 터무니 없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환경부의 이같은 결정은 전기차 이용자들의 충전부담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kWh당 173.8원으로 계산하면 전기차 100km당 연료비는 2759원으로 저렴해진다. 연간 1만 3724km를 주행해도 전기차 급속충전요금은 38만원에 그친다. 리터당 13.1km 연비를 기준으로 한 휘발유차(1만 1448원)의 24%, 경유차(7302원)의 38% 수준이다. 경유차 기준으로 연비를 계산하면 리터당 17.7km이다.

환경부는 또 급속충전 요금 인하와 함께 그린카드나 비씨카드를 이용할 경우 충전요금을 추가로 할인하는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린카드로 전기차 충전요금을 결제할 경우 50%(월 5만원 한도), 비씨카드로 지불하면 30%(월 3만원 한도)를 추가로 할인받을 수 있다.

이정섭 환경부 차관은 “급속충전요금 할인정책은 전기차 보급도 활성화하고, 그린카드 활성화에 따른 친환경 소비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전기차 보급 활성화를 위한 정책들을 계속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충전요금 인하 결정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는 게 충전사업자들의 입장이다. 단기적으로 전기차 보급대수를 늘리는데 급급해 정부가 전기차 생태계를 지나치게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것. 환경부가 그동안 전국에 구축한 491기의 급속충전기의 요금이 173.8원으로 떨어지면 민간 사업자들도 덩달아 충전요금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충전 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313원도 수익을 거의 낼 수 없는 수준의 요금”이라며 “산업부가 지난해 민간 충전사업자를 육성하기 위해 전기차 충전요금 지원정책을 발표했는데 의미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지난해까지만 해도 민간 전기차 충전시장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정부가 오히려 시장가격을 뒤흔들고 있다”며 “전기차를 보급하겠다는 의지는 알겠지만 가장 접근하기 쉬운 충전요금만 조정하는 건 포퓰리즘”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국제 유가 상승으로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이용자들의 주유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데다, 올해 새로운 전기차가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기차 보급도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경부가 기습적으로 충전요금을 인하한 것을 두고 ‘민간 충전사업자들을 길들이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기차 충전기 제조회사 관계자는 “올해부터 전기차를 구매하면 함께 지급하는 홈충전기 보급방식도 바뀐다”며 “지난해에는 자동차 회사가 알아서 했지만 올해는 환경부가 입찰공고를 내고 보급하기로 했다. 의도야 어찌됐건 환경부의 권한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민간 충전시장의 위축이 전기차 이용자들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환경부가 주도적으로 급속충전기를 보급하고 있지만 결국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예산문제는 물론이고, 전국에 있는 충전기 유지·보수를 도맡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간 충전시장을 확대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했던 것도 이런 이유다. 현재 사업 실적이 저조한 민간 충전사업자들이 사업을 포기할 경우 이로 인한 영향은 전기차 이용자들에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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