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발주 사업 참여 위해선 시험・인증 따로 받아야…통합 표준안 마련해야

부산광역시가 LED조명 보급사업을 촉진하기 위해 제정한 ‘LED가로등, 보안등, 터널등의 LED모듈·전원공급용 컨버터 표준안’을 두고 조명업계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미 발표된 서울과 광주, 부산시 기준 모두 큰 틀에서는 유사하지만 일부 세부 항목이 다르기 때문이다.

조명업체들은 일부 항목 때문에 지역별로 제품을 만들어야하는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조만간 발표 예정인 인천과 대전, 대구, 울산 등 4개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규모가 큰 시에서도 자체 표준안 제정을 검토하고 있어 수십 개의 표준안이 만들어지는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는 상황이다.

◆표준안 왜 다른가

지역별로 유사한 표준안이 지속적으로 제정되고 있는 이유는 이미 발표된 표준안을 바탕으로 일부 수정사항을 개선하는 작업을 거쳐 새로운 표준을 제정하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표준안 작업을 시작할 당시 업계의 애로사항을 충분히 수렴하겠다는 의견을 전하며, 지난해 8월 마련된 서울시 기준을 바탕에 두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다. 발표된 표준안을 살펴보면 전체적인 항목과 기준은 유사하다.

하지만 LED컨버터 종류 중 부산시가 안전 초저전압(SELV) 기준과 연장용 연결전선에 사용되는 커넥터는 여러 개를 묶어 탭 형태로 만들어야한다는 기준을 추가 적용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서울시 표준안도 일부 장단점과 개선 사항이 있어 표준화 작업 과정에서 이를 반영하다보니 관련 기준을 추가하게 됐다”며 “부산시 표준안은 안전성을 높이고 추후 유지보수와 관리 부분을 감안할 때 필요한 항목을 명시한 ‘서울시 표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LED조명업계에선 표준안이 제정되기 전 일부 지역 업체를 중심으로 이미 제품이 만들어진 사례가 있다며, 이는 타 지역 업체들에게 진입 장벽을 높이고 일부 지역 업체들에게 일감을 나눠주기 위한 ‘스펙작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표준 제정에 참여한 자문 위원이 일부 내용에 대해 개선을 요청했지만, 지역 특성과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항목이 추가돼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국 수천개의 조명업체 가운데 표준안에 맞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업체가 5곳이 안되고 그 중 표준안을 제정한 지역 업체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며 “지역 업체와 이해당사자들의 입김이 반영돼 표준 자체를 흔드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통합 표준안 마련 절실

업체들은 부담이 과중해지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지자체마다 제정된 표준안을 통합해야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통합안을 만들어 전국 모든 지자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당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조명업체 대표는 “중소기업들은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가지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이를 유지관리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는 상황”이라며 “기술 경쟁력을 갖춘 기업보다 해당 기준만 충족해 납품하는 기업만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지자체별로 표준안이 제정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에너지정책의 일환으로 2020년까지 모든 공공기관에 LED조명을 100%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을 뿐 이에 대한 세부 항목은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목표 달성을 위해 각 지자체는 내부 상황에 맞춰 자체 계획을 수립하도록 재량권을 갖고 있어 표준안 마련에도 걸림돌이 없다.

업계는 지자체별 제품 생산 및 시험인증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모든 지자체에서 통용할 수 있는 통합 표준안이 있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서울시의 LED조명 표준안이 제정될 당시 수요자는 물론 정부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시장 활성화에 한 발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현재 그 기대가 우려로 바뀌는 상황”이라며 “LED조명업체가 한정된 자원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통합된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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