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전 필요, 투명한 정보 공개 최우선 하겠다"

“후쿠시마를 다녀온 뒤 우리 원전의 안전성을 더욱 확신하게 됐습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원전의 마지막 방벽인 격납건물이 10cm 두께의 판넬에 불과한데 국내 원전은 122cm 두께 철근콘크리트로 둘러싸고 있어 높은 압력도 견딜 수 있습니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를 직접 다녀온 이종호 한국수력원자력 기술본부장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자연재해와 인재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피해가 커졌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충분히 대비를 했다면 막을 수 있는 사고라는 것. 국내에 운영 중인 원전은 후쿠시마 사고를 계기로 충분한 대비를 하고 있고, 애초에 원전 설계부터가 달라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이 본부장의 주장이다.

이 본부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한수원 중앙연구원장, 엔지니어링본부장 등을 역임한 기술전문가다. 지난 11월과 12월 부산에서 두차례에 걸쳐 열린 원전 안전 관련 토론회에도 패널로 나서 원전 안전성을 알렸다.

이 본부장은 “우리(한수원)만 안전하게 관리한다고 안전한 게 아니라 국민들이 안전하다고 생각해야 안전한 것”이라며 “단순히 안전하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기술적으로 어떻게 안전한지 구체적으로 알리기 위해 직접 나섰다”고 말했다.

- 원자력 발전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에너지안보, 경제성, 온실가스 감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적정 비중의 원전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의 약 95%를 해외에서 수입하고, 전력계통이 고립되어 있어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반면 원자력은 연료비 비중이 낮아 준 국산 에너지원으로 볼 수 있다. 발전단가가 낮은 원자력을 타전원으로 대체 시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해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내산업 경쟁력 악화를 야기 시킬 수도 있다.”

-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원전은 안전한가.

“국내 원전은 경주지진(규모 5.8)보다 에너지가 11배나 높은 지진(0.2g, 규모 약 6.5)에도 견디도록 설계됐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쓰나미에 대비해 해안방벽을 설치했고, 만약의 경우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이동형발전차, 피동형수소설비제거 설비 등 사고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비를 대폭 확충했다. 설령 사고가 발생해도 후쿠시마 원전과 달리 대용량의 격납건물이 원자로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방사능 유출을 막을 수 있다.”

- 지진이나 쓰나미가 아닌, 전혀 예측하지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원전이 왜 위험한가.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열을 냉각시키지 못해 대형사고가 난다. 반대로 생각하면 냉각만 제대로 하면 문제가 사고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고가 발생해도 대응할 수 있는 설비를 단계별로 마련했고, 그 이상의 가능성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 원전 사고는 다른 사고와 달리 한번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게 사실 아닌가.

“그 문제는 끊임없이 고민해야 부분이다. 과학자로서 사고 가능성이 제로(0)라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도 국내 원전은 영화 ‘판도라’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처럼 폭발하지 않는다. 방사능이 샐 수는 있지만 미량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충분히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다.”

- 사고 대비는 완벽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이 불신을 낳고 있다.

“과거에는 원전 산업에 대한 신뢰가 있었는데 후쿠시마 사고, 원전 납품비리, 사고 은폐 등 때문에 불신이 생긴 것 같다. 이 사건들을 교훈으로 지금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홈페이지나 서류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한수원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발전실적, WANO 성능지표, 실시간 운전정보, 일일 발전현황, 주요시험현황, 계획예방정비, 본부소식, 민간환경기구 소식 등을 볼 수 있다.”

- 일부 안전과 관련된 핵심 보고서도 공개하는 건가.

“월성 1호기 계속운전을 맡았을 때 담당자들이 보수적으로 접근했지만 최대한 공개해야 한다고 독려한 바 있다. 앞으로는 보안사항이 아니라면 공개하는 게 필수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영업비밀도 직접 방문하면 자료를 100% 열람할 수 있다.”

- 월성 1호기의 지진으로 인한 충격 여유도가 1%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대한 입장은.

“월성 1호기의 내진성능은 기존 0.2g에서 0.3g로 보강했다. 지진으로 인한 충격 여유도는 충분한 수준이다. 다만 설계 요건에는 지진만이 아니라 기타 다른 사고를 고려해 구조건전성을 충족하도록 돼 있다. 그 구조건전성의 여유도가 1% 이하라는 말이다. 규정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고, 다른 국가 원전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 월성 1호기에 대해 최신 안전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는데.

“기존에 타고 다니던 자동차가 별 문제가 없는데 신형 모델로 바꾸라는 것과 같은 말이다. 문제가 있다면 모르겠는데 점검했더니 전혀 문제가 없었다. 굳이 많은 돈을 들여 원전을 새로 바꿀 필요가 있을까.”

- 고리 발전소에는 신고리 5,6호기를 포함해 원전 10기가 들어설 예정인데 문제는 없나.

“같은 부지에 다수호기의 원전이 들어서는 것에 대한 안전성 평가는 이미 진행했다. 다만 다수호기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PSA)를 하지 않은 것뿐이다. 다수호기 확률론적 안전성 평가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할뿐 규제 기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안전에는 문제가 없지만 혹시라도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 실시하는 것이다. 이걸 두고 다수호기 원전에 대한 안전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건 오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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