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변화에 대응가능한 장기적 비전 갖춘 에너지정책 필요”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은 새로운 도전이 될 신기후체제를 앞두고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미래 에너지 산업의 성장동력으로 각광받고 있는 전기자동차와 신재생에너지, ESS 등 에너지 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해 나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2017년 새해를 맞는 소감과 앞으로의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운영계획이 궁금합니다.

“올해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불합리한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선함으로써 서민들의 전기요금 인하를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개선 범위가 주택용에만 국한되고 산업용과 일반용에 대해서는 개편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또한 발전단가를 단순히 경제적 논리가 아닌 환경과 국민건강을 고려해서 결정토록 법안을 발의했으며, 이에 대한 정부 합의를 이끌어 내는 등의 성과도 거뒀습니다.

아울러 현재 에너지산업클러스터의 지정 및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마련 중에 있고, 미래형자동차 산업육성을 위한 법안도 추진 중에 있습니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의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산업전반의 체질개선을 신속하게 완료하고, 일자리 창출과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에너지와 미래형자동차, IoT, 인공지능, ICT 등 신산업 육성에 필요한 예산과 법적 지원을 충실히 해나갈 생각입니다.

반면 조선과 해양, 철강 등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아닌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큽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역할이 부족한 까닭에 구조조정이 산업개혁차원이 아닌 부채 정리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점은 앞으로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난해 10월 환경과 국민안전까지 고려한 전력거래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하시는 등 전기 에너지 분야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식견을 보여주고 계신데요. 최근 위원장님께서 주목하고 계신 전기 에너지 분야의 현안은 무엇입니까.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매년 경제성장율 과다예측과 에너지 수급계획의 실패로 원전 및 석탄 화력의 증설로 이어져 왔습니다. 원전은 폐로와 폐기물 처리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다른 대체 에너지에 비해 경제성이 높지 않습니다. 화력발전 역시 미세먼지 등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발전단가를 단순히 경제적 논리가 아닌 환경과 국민건강을 고려해서 결정토록 법안을 발의했으며, 정부의 합의도 이끌어 낸 바 있는데요.

에너지 다소비산업 중심의 제조업 구조인 우리나라에 있어 신기후체제는 새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찾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유가 고착화와 신기후체제, 셰일혁명, 에너지 신산업, 미세먼지 이슈까지 에너지 산업이 급격한 패러다임 전환을 맞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변화에 대응 가능한 장기적 비전을 갖춘 에너지 정책이 필요합니다.”

■2017년은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등 대한민국의 전기 에너지 분야에서 굵직한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입니다. 향후 전력 에너지 수립과정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야할 사안들은 어떤 것인가요.

“정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수요전망에 의해 원전 및 석탄 화력발전소의 증설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7차 전력수립기본계획’을 들여다보면 2015년 전력소비 증가율을 4.3%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1.3% 밖에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경제현실에 맞는 ‘에너지 수급 계획’을 합리적으로 개편해, 기존의 화력·원자력 중심에서 신재생에너지로 무게중심을 옮겨 미래 에너지산업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화력발전소의 경우에는 세계적으로 대형화의 선두에 서 있습니다. 철탑공화국, 원거리 송전방식으로 자원투입량의 절반 이상을 손실하고 있어요. 이제는 환경과 경제를 함께 살릴 에너지 대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소형발전소를 통해, 근거리의 전력 소비지역에서 발전·공급한다면 환경피해도 줄이고, 유한자원도 아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전기 손실율을 낮추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공급위주에서 수요위주로 ▲과소비 저효율에서 절약과 고효율정책으로 ▲화석에너지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집중화에서 소비지역 분산화로 ▲대형화단지에서 소형화로 ▲원거리에서 근거리로 정책적 전환을 모색해야 합니다.”

■에너지신산업 분야는 전력산업의 성장동력으로 육성을 해야 하지만 경제성 등을 이유로 아직은 기업들이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경제발전 초기부터 제조업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자 고용과 소득을 창출하는 근간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경제는 최근 세계경제의 침체, 경쟁국들의 기술 추월, 가격 및 경쟁력 악화 등으로 내수 위축 및 수출 감소라는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황입니다.

에너지 산업은 주요 제조업의 원료 공급원이자 그 자체로 중요한 수출 품목입니다. 또한 국민의 안정적인 생활의 바탕이고, 국가 경제의 근간이 되는 매우 중요한 산업이지요.

앞으로 에너지 신산업을 통해 국가 에너지 산업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발전, HVDC, 에너지그리드, ESS, 온실가스 감축공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를 창출해야 나가야 할 것입니다.”

■전기요금 누진제도를 개편하면서 현재의 전력산업 구조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진행됐습니다. 특히 일본의 전력소매시장 개방과 맞물려 우리도 소매시장 경쟁도입에 대한 논의가 많았는데 이에 대한 위원장님의 견해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정책은 안정적인 공급에만 역점을 두다 보니 공급자 중심의 정책이 지속돼 왔습니다. 이제 정부가 일방적으로 에너지정책을 독점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봅니다. 전력 요금체계와 다양한 현안이 있는 에너지 분야를 정부독점이 아닌 국민을 위한 에너지정책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일본의 경우 전력시장 자유화 이후, 판매부문의 개방이 소비자선택권 행사로 전기요금 체계의 왜곡을 개선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물론 경쟁이 도입되면 사업자가 간 경쟁으로 혁신과 효율이 높아지고 소비자의 선택권이 강화되면서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아진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전력시장의 민간 개방이 결국 민영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민영화를 통해 공급처를 다변화 할 경우, 가격 협상력이 떨어져 국가 전체적으로는 이익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에너지가 복지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민간판매자는 수익성이 높은 부문에만 참여하게 될 것이고, 결국 에너지 취약지역에 대한 가격상승만 초래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민간판매를 허용한다면, 다양한 가격 부과정책이 함께 검토돼야 합니다.”

■원자력은 지진이나 사용후 핵연료 문제 등 다양한 현안과 맞닿아 있습니다. 국회에서도 원자력발전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장기전력수급계획을 보면 원자력발전은 지금보다 더 늘어나야 합니다. 원전에 대한 정책방향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계신가요.

“지난해 9월 경주에서 규모 5.8 강진이 발생한 뒤,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었습니다. 원자력은 저렴한 발전단가와 안정적인 자원보유량으로 인해 인류에게 유용한 에너지원으로 평가받고 있으나 1979년 쓰리마일 섬 원전과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처럼 매우 위험한 에너지원이기도 합니다.

박근혜 정부는 전체 발전설비 중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을 확대하는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한 바 있는데요. 세계 5위의 원자력강국으로서 원자력발전 확대를 주도하고, 원전을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를 명분 삼아 원전 증설의 당위성을 높이기 위해 잘못된 전력수급계획을 만들어 내기도 했지요. 반면 국민의 안전을 위한 분산에너지 확대 요구는 블랙아웃과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미루고 국가에너지정책의 근간을 원전에 맞추려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에너지믹스를 어떠한 형태로 조합할 것인가를 판단해야 하는 시기라고 봅니다. 원자력의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하고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을 어디까지 높일 것인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단지 경제성과 효율성의 논리로만 원자력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국가 에너지 정책이 결정돼서는 안됩니다. 지금과 같이 원전확대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더 이상 원전을 늘리지 않는 탈원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할 것이지 국가의 원자력 정책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시점에 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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