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그룹 'H.O.T'로 붐업이 된 국내 아이돌시장이 20주년을 맞았다. 올해 10주년이 된 그룹 '빅뱅'(지드래곤·태양·탑·대성·승리)은 이 시장에 전환점을 만든 그룹으로 평가 받는다.

멤버들이 작사, 작곡을 맡은 프로듀싱형 아이돌 그룹으로 대중에게 사실상 처음으로 인식된 팀이다. '거짓말' '하루하루' '판타스틱 베이비' '뱅뱅뱅' 등 더구나 이들이 만든 곡들은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13일 오후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리더 지드래곤은 그럼에도 "매번 많은 사랑을 받아 기분이 좋지만 다음 앨범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도 동시에 든다"고 털어놓았다.

"다음 앨범이 항상 가장 큰 걱정이에요. 아직까지는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덕분에 실패한 적이 없지만 과분한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죠. 근데 이것을 계속 유지하고 싶은 욕심이 있고요. 가수로서도 더 좋은 앨범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있죠."

정규앨범만으로 따지면 8년 만인 이날 발표한 정규 3집 '메이드 풀 앨범' 역시 좋은 앨범이다. 동시에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역시 빅뱅 앨범답게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에라 모르겠다' '라스트 댄스' '걸프렌드' 신곡이 3곡 실렸는데 주요 음원차트에서 나란히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역시 앞서 지난해 발표돼 음원차트를 석권한 '뱅뱅뱅', '루저', '베베', '맨정신', '우리 사랑하지 말아요' 등 '메이드 시리즈' 음원 8곡도 다시 음원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한류그룹답게 해외에서도 인기를 확인했다. 브루나이, 캄보디아, 멕시코, 니카라과, 노르웨이 등 총 19개국 아이튠스 글로벌 앨범차트에서 1위로 이름을 올렸다.

팬들이 너무 오래도록 기다린 8년 만의 정규 앨범이다. 사실 지난해 완성돼야 할 앨범이지었지만 지드래곤은 "당시 모자란 것이 많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사실 8년 만에 나온 것도 저희로서는 다행"이라고 웃었다. 빅뱅다운 '완벽주의 고집'이다. "미루고 미루다 보니 1년이 지났다"는 것이다.

사실 8년이 지난 것도 이번에 알았다고 했다. "저희가 시간 개념이 없는 애들이거든요. 매년 앞만 보고 달려왔다고 생각해요. 요즘도 투어를 한 뒤 자고 일어나면 이곳이 어디인 줄 모를 때가 많죠. 계속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까 정규 앨범이 적어요."(지드래곤)

'메이드 풀 앨범'이 마음에 들지 않았더라면 "아마 또 정규 앨범 발매를 다음으로 기약했을 것"이라고 했다. "멤버들이 군대도 가야 하지만 다 돌아왔을 때 다시 뭉쳐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었죠. 근데 좋은 곡이 나와서 10주년에 낼 수 있었어요. 사실 10주년이 됐다는 사실도 주변에서 얘기해줘서 알았어요. 하하."(지드래곤)

2006년 싱글 '빅뱅'으로 데뷔한 빅뱅은 지난 10년간 "꽤 재미있고 알차게 보내왔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즐거운 일만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여러 문제도 있었지만 다 이겨냈죠.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아 음악적으로도 성장했고요."(지드래곤)

인생을 책에 비유하면, 다음 쪽도 잘 넘기고 싶다고 했다. "그 인생에서 공백은 분명 있을 수 있어요. 어떤 쪽은 백지가 될 수 있다는 거죠. 다음 쪽을 어떻게 채워야 할 지도 숙제입니다."(지드래곤) "다음 쪽을 넘기면서 팀뿐 아니라 개개인도 새로운 성장을 해야죠."(태양)

빅뱅은 수많은 세대를 아우르는 히트곡을 내는 동시에 항상 새로운 장르를 선보였다. 초반에 주로 하우스 장르를 선보인 이 팀은 덥스텝을 비롯한 EDM를 들려주는 등 역시 변화와 실험을 꾸준히 하고 있다.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 장르가 계속 바뀌고 계속 공부를 하면서 음악도 변화했고요. 앞으로도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한 팀이 한 장르에 국한되면 정체성이 분명해지는 장점이 있지만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과 달라요. 여러 장르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빅뱅스럽게 만드는 가장 큰 도전이자 재미라고 생각해요."(지드래곤)

올해 유독 많은 후배 아이돌 그룹들이 해체가 되고, 멤버가 빠지는 등의 변화를 겪었다. 빅뱅 멤버들 역시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만감이 교차한다고 했다.

"우리도 저럴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안 되기 위해 서로 양보하고 존중하고 사랑해와서 10년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저희는 특히 인복이 많았어요. 대중적인 감각으로 저희를 이끌어주시는 양현석 프로듀서님을 비롯해 저희와 일하는 모든 분들이 소중하죠. 좋은 분들이 많아서 안 될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지드래곤) "서로 성격이 너무 달라, 서로를 채워주죠. 진지하게 싸운 적이 한번도 없어요."(탑)

내년 2월 멤버 중 첫 입대하는 탑을 비롯해 다섯 멤버들은 어느덧 서른살 전후가 됐다. "영원할 줄 알았던 / 사랑도 저물고 / 이젠 그 흔한 친구마저 / 떠나가네요 / 나이가 들어서 나 / 어른이 되나 봐요 / 왜 이렇게 불안할까"라는 신곡 '라스트댄스'의 노랫말이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계속해서 잘해왔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는 거죠. 저희도 그걸 잘 알고 있어요. 올라간 만큼 언제든 떨어질 수 있다는 걸 당연히 알고요. 하지만 그로 인해 초조하고 불안하기 보다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서 불안한 거죠. 다음 10년이 어떻게 될 지 모르니까요."(지드래곤)

하지만 데뷔 당시 10년을 생각했을 때 보다 현재의 모습은 "상상 이상"이라고 멤버들 모두 만족스러워했다. "정말 꿈꿔온 일들을 하고 있으니까요."(태양)

앨범을 내고 투어를 도는 일이 아직도 꿈만 같다고 했다. "롤링스톤스처럼 아주 오래 앨범을 내고 콘서트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꿈이었어요. 세계를 돌며 각국 팬을 만나고요. 이처럼 무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한 거죠."(탑) "정말 꿈 속에서 살고 있는 거예요."(지드래곤)

한편 빅뱅은 탑의 입대로 당분간 5인 완전체 활동이 힘든 만큼 예전보다 활발한 방송 활동을 진행한다. 특히 드물었던 멤버 단체 예능 출연도 잦다. MBC TV '무한도전'과 '라디오스타'를 비롯해 18일 SBS TV '인기가요', 26일에는 SBS가요대전에서 특별 무대를 선보인다. 내년 1월 7, 8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빅뱅10 더 콘서트 : 0.TO.10 파이널 인 서울'을 연다. 탑 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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