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덕 편집국장
유희덕 편집국장

그동안 논의만 무성했던 전기요금 누진제도 개편의 밑그림이 나왔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파격적인 개편안이다. 현행 6단계 11.7배에 달했던 누진구간을 3단계로 줄이고 누진배율도 2~3배로 줄어들게 된다.

당장 겨울철 난방수요가 많은 12월 1일부터 적용되니 서민들의 요금 부담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이번 개편안 중 눈에 띄는 것은 부자감세 논란을 피하기 위해 현 누진 1~2단계도 손을 대지 않는다는 것. 이 대목에선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누진제도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당정 TF에서도 심도있게 논의 됐 던 것이 현재 1단계 구간 kWh당 60.7원인 전력량요금이다. 정부가 전기요금 원가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원가의 절반 수준으로 인식되는 1단계 요금을 원가수준까지 끌어 올리고 누진구간과 배율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부자감세 논란 때문에 손을 못댄것 같은데 1단계 구간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 1~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50%를 넘는 상황에서 1단계 구간이 곧 저소득층이란 연결은 논리적 비약으로 볼 수 있다.

주택용 전력통계 자료를 보면 전체 주택용 전기요금 판매 비중에서 16.7% 360만 가구가 1단계에 해당한다. 이중 저소득층을 가려내 에너지바우처 등 에너지복지를 통해 요금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어줘야지, 원가의 절반으로 폭넓게 요금을 지원하는 것은 차후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는데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지금이야 국제유가가 워낙 낮아 전기요금이 싸졌지만, 유가는 언제 반등할지 모른다.

또 파리기후협정이 발효된 후 우리나라도 ‘값싼 전기의 시대’가 저물고 비싼 전기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당장, 미세먼지와 CO2 배출을 줄이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의 축소는 불가피해졌다. 원전은 지진, 사용후 핵연료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이 많다.

여기에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는 세계적인 추세다. 당연히 전기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는게 앞으로 상황이다.

현재 저유가에 따른 ‘전기요금 덤핑’에 취해 있다면, 앞으로 닥칠 비싼 전기의 시대에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지난여름 누진제 때문에 고통을 겪은 국민들을 달래기 위해 파격적으로 제도를 개편했지만, 요금제도는 철저한 원가주의의 바탕에서 설계돼야 한다.

국민들은 싼 전기를 쓰고 싶을 것이다. 또 깨끗한 전기를 쓰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신재생 등 ‘깨끗한 전기를 쓰기 위해선 비쌀 수밖에 없다’고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그 시작점이 누진제도 개편이다. 한발 더나가 연료비가 요금에 바로 반영될수 있도록 요금제도를 설계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덧붙여 그동안 논의만 무성했던 전기요금 원가를 정확히 공개해 정부는 국민들의 이해를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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