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경미 삼일피앤유 대표이사
유경미 삼일피앤유 대표이사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구로구에 위치한 중앙유통 상가에서 PCB 판매 영업장을 운영하던 저희 회사가 지금은 발전소 제어계측 장비를 생산하고 있다면 믿어지시나요?

저희 회사는 고작 13명의 직원이 맞춤형 PCB 모듈을 조립해 납품하는 게 사업의 전부였습니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회로도에 맞춰 OEM으로 PCB를 개발·제조하는 게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던 우리 회사가 짧은 기간에 발전소 장비를 생산, 납품할 수 있었던 계기는 무엇일까요?

다른 중소기업들처럼 우리 회사도 소기업의 설움과 경기침체, 신흥국가들과 치열한 경쟁으로 앞날을 기약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하루 고객사의 주문에 눈과 귀를 바짝 세우는 애타는 형편에서 벗어나고픈 절실함이 오늘의 우리를 만든 출발점이 됐습니다. 고유의 제품, 우리 이름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품을 개발해야겠다는 의지가 지금의 우리 회사, 발전소에 제어계측 장비를 생산, 납품하는 회사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우리 생활에서 무심코 쓰고 있는 전기, 그 전기는 우리 회사와는 너무 먼, 별천지에서 생산하는 것으로 알고 무심하게 지내 왔습니다. 우리 회사에서 발전소를 상대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었음은 당연한 일이지요. 가끔 매스컴을 통해 보는 발전소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고도의 생산설비로 그 규모나 기술이 나라의 자랑거리로, 세계적인 첨단기업이 건설하고 고학력 고기술 엔지니어들이 운영하는 것으로 여겼습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막연한 하늘을 꿈꾸던 우리 회사가 고개를 내밀어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게 된 단초는 서부발전 때문이었습니다. 우리의 PCB 주문 고객인 대윤계기산업이 서부발전에 장비를 납품하는 게 인연이 돼서 자사도 수탁기업협의회에 가입하게 된 것이죠.

상생, 동반성장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대기업이 2, 3차 중소기업을 도와 한 발짝 도약하도록 하면서 서로 윈-윈 하는 지원제도가 그것입니다. 저는 수탁기업협의회의 당당한 회원사로 드디어 난생 처음 발전소에 방문, 생산설비를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어마어마한 규모에 눈이 휘둥그레, 앞 사람 발뒤꿈치만을 따라 다녔던, 발전소에 처음 방문했던 기억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어쨌든 저는 더, 또 보고 싶다고, 도움을 요청했고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으로 대해 주시던 발전사 분들에게 감사할 뿐입니다.

우리나라 발전소에 설치된 장비 대부분이 수입산이라는 사실을 알고 계시나요? 그런데 그 장비를 유지, 보수하기 위해서 또 다시 외국에 주문, 수입해야 해서 애로사항이 매우 큽니다. 하지만 그리 어렵지 않은 기술, 아니 우리도 이제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장비들도 수두룩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전기전자, 제어계측 설비의 운영과 관리를 담당하는 발전소 직원 분들의 고충과 우리 회사의 기술력을 접목해 협력하면 우리 회사가 꿈꾸던 고유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빛을 보았고 자신도 있었습니다.

먼저, 우리 회사의 경영과 생산시스템의 운영역량을 키우는 일부터 도움을 요청하게 됐고 산업혁신운동과 파트너십 제조혁신 지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우수기업 선정과 함께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표창까지 받게 됐습니다. 이를 발판으로 삼아 드디어 제품기술개발 지원사업에 우리 회사가 선정됐고, 기술개발의 열매로 발전소 제어계측 장비를 생산, 납품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금까지 개발된 제품을 소개하면 저전압 가변전원장치, 다기능 캘리브레이터, 온도감지 램프키트, 열선 온도제어장치(EHT), 지능형 듀얼 온도전송기가 있습니다. CE, NEP 제품인증을 획득해 수의계약품목 지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기술연구소 주도로 지금도 2개 개발과제가 진행 중입니다. 이제 국내 발전소 납품에 그치지 않고 해외 발전소 수출도 조만간 결실을 맺을 것입니다.

우리 회사는 이제 우리나라 모든 발전소와 네트워크를 구축해 어느덧 딴 나라로 생각했던 발전장비 전문업체로 새로 태어나 성장하고 있습니다. 남부발전, 남동발전, 중부발전, 동서발전, 한수원에서도 애로기술 개발의 파트너로, 기술자립과 수입대체 역군으로 아낌없는 지원을 받고 있으니 진심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우리 회사 얘기를 들으시고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어렵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그 길은 여러분 가까이에 있습니다. 관계를 맺고 거래를 하고 있는 기업과의 인연의 끈이 발전사에 닿아 있다면 이제 목표를 세우고 의지를 불태우는 길만 남았습니다. 제가 겪은 발전소의 상생과 동반성장의 문을 활짝 열려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 발전산업의 역군으로 함께 성장하는 중소기업과 동지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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