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과 10월 부산과 충북에서 잇따라 발생했던 한전의 중복개찰 문제가 입찰시스템 오류로 인한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한전은 지난 27일 본사에서 공사입찰설명회를 열고, 지난 8월 새로 오픈한 신 전자조달시스템에 대한 소개와 최근 불거졌던 입찰 오류에 관한 의혹들을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소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지금이나마 한전이 입찰시스템의 운영 및 보안체계를 설명하고, 그간 업계에 퍼져있던 의혹들을 해소하는 자리를 마련했다는 것 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날 자리에 참여했던 업계 관계자들도 ‘비리 혹은 조작의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들을 빠짐없이 질의하고, 대부분 이해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입찰시스템 관련 의혹이 단순한 시스템 오류로 판명됐지만, 짧은 순간이나마 지난해 전력산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전산 입찰비리의 기억이 겹쳐 보였던 게 사실이다. 문제가 발생한 직후에 한전이 즉각적으로 이를 해명하거나 업계와 교감하는 시간을 마련하지 않은 것도 흉흉한 소문을 부추긴 셈이 됐다.

더구나 지난 25일부터 시작된 2017년도 배전공사 협력회사 입찰과 맞물리면서 소문과 의혹은 걷잡을 수 없이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전달 과정을 거치면서 더 자극적인 스토리가 더해지기도 했다.

기자가 취재 중에 만난 업계 한 관계자는 “입찰시스템이 해킹을 당했다는 소문이 업계에 파다하다. 개찰 중에 시스템이 다운되거나 시간이 오래 지연되는 것이 해킹을 했다는 증거”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설명회를 통해 업계가 갖고 있던 의혹들이 많이 해소됐지만 내달 2일과 4일로 예정된 배전공사 협력회사 개찰에서 같은 문제가 되풀이 될 경우 입찰시스템은 물론 한전에 대한 업계의 불신이 더욱 커질 수 있는 만큼 한전과 업계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체계가 만들어 지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 같은 신뢰의 바탕이 ‘사람’이기를 바란다.

설명회에서 업계가 내놓은 “시스템 보안과 관계자들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중 삼중의 방호벽과 암호화 절차를 추가로 갖추고 있다. 사람이 아닌 시스템을 믿어 달라”는 한전 측의 답변에서 씁쓸함이 남은 것은 기자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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