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덕 편집국장
유희덕 편집국장

‘초등학교 4학년인 아들 친구중에 한 명이 선생님한테 과자 한조각 주는 것을 봤는데. 이 상황이 김영란법을 어겼는지 물었다.’ 당장 답하기가 애매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법을 어겼다. 아니다. 논쟁이 붙었다고 한다. 결론은 ‘법을 어겼다’로 판정났다고 했다. 그 다음은 ‘어떻게 할 건데’ 묻자. ‘신고 해야지’라고 아들이 답했다.

김영란법은 이제 누구나 알게됐고 어떤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재단(裁断)하는 기준이 됐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한 달.

우리사회는 많이 변했다. 계산대에 길게 늘어서서 더치페이를 해본적도 있고, 저녁약속을 망설인 적도 있다. 직장인들은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해졌다며 좋아했다. 9월 28일 이전 같았으면, 거리낌 없이 진행됐던 일들이 이제는 한번 생각하고, 의견을 묻게 되고 망설여지게 된다.

공직사회도 많이 변했다고 했다. 업체들이 찾아오는 횟수가 줄었고, 원치 않던 술자리가 많이 사라졌다. 특히 공공기관들은 11월부터 인사 시즌에 접어드는데 김영란법 때문에 그래도 투명해 지겠지 내심 기대를 하고 있다. 인사철이면 인사 대상자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했지만, 이제는 접촉이 금지되니 ‘기대반 걱정반’도 목격됐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직장인들에게 승진은 최대의 가치라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은 승진평가 대상이 될 사람을 찾아 하루가 멀다하고 저녁을 하고 승진을 부탁했는데, 이제는 이런 모습이 사라졌다”며 “ 어찌보면 어색하기도 하지만, 이런 변화가 내심 반갑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응일 것이다. 한달동안 보고 느낀 것은 사회는 투명하게 가고 있다. 시행과정에서 불편함과 어색함이 있을 수 있지만, 투명사회는 우리가 추구해야할 가치다.

가끔 저녁 식사를 할 때 가격이 3만원을 넘을 지 걱정을 하며 다양한 편법에 대해 또는 불편함에 대해 대화를 하지만, 이런 편법도 김영란 법이 우리사회에 안착되는 과정에서 겪게되는 성장통으로 여기고 싶다.

경찰에 떡을건넨 시민이 김영란법 위반 1호 재판을 받고, 경찰에 1만원을 건넨 노인이 법 위반 2호 재판을 받는다. 9월 28일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