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회장
김인식 한국원전수출산업협회 회장

올해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하계올림픽에서 중국은 ‘Made in China’의 저력을 여실히 발휘했다. 올림픽을 앞두고 개통한 리우 지하철 4호선을 비롯해 경기장과 선수촌, 미디어촌에 장착하는 에어컨, CCTV, 테러 대비용 금속탐지기, 경기용품, 각종 기념품에 이르기까지 ‘Made in China’ 표시가 붙어 있었다. 비단 리우올림픽에서 뿐만이 아니다. 이제는 모든 대형 국제행사에서 중국산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되었고, 이러한 ‘Made in China’의 확산은 머지않아 싸구려나 짝퉁 이미지가 아닌 익숙한 글로벌 브랜드로 인식되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원전수출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정부 차원의 파격적 지원과 막강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기가(Giga) 속도의 기술개발을 추진하면서 2010년대부터 개도국들을 중심으로 원전 세일즈에 열을 올려온 중국은 최근 ‘원전굴기(原電崛起)’를 내세우며 2030년까지 일대일로(一帶一路) 주변국에 약 30기의 자국 원전을 건설하여 원전대국으로 부상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영국 정부가 중국 기업이 참여하는 힝클리포인트 원전건설 프로젝트를 최종 승인하면서 중국이 본격적인 선진국 시장 진출의 신호탄을 날렸다. 원전수출 분야에서도 ‘Made by China’, ‘Made with China’가 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가 UAE 원전 수주를 위해 서방국가들과 경쟁하던 2009년 즈음만 해도 중국은 경쟁국 대열에 없었다. 그런데 글로벌 원전시장 진입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이제는 우리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가 되고 있다. 아직 중국산 원전의 기술력이나 품질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원전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빠른 속도로 세계 원전시장을 잠식할 수 있는 이유에는 분명히 중국의 급격히 성장한 내수시장과 이에 따른 자국 내 원전산업의 발전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중국이 글로벌 원전시장 진출을 목표로 내부 산업계 역량 강화와 대외 신임도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자국 내 원전시장을 함께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2009년 UAE 원전 수주 경쟁에서 강대국들을 제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40여 년간 우리나라에서 원전을 지속적으로 건설하면서 이룩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성능과 안전성, 경제성과 더불어 공급국인 한국이 동일 노형을 국내 신고리 3,4호기에 건설 중이고 후속호기인 신고리 5,6호기도 건설할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전과 같이 지극히 기술적인 상품의 해외시장 진출은 내수시장에서의 입증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는 이미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입증된 우리 고유 원전인 APR1400과 더불어, 안전성을 한층 더 높인 APR+와 미국 및 유럽의 안전기준에 따라 US APR1400 및 EU-APR 원전을 개발하여 현재 이 두 가지 원전의 안전성 심사가 미국 인허가기관과 유럽 원전사업자협회에서 진행되고 있다. 명실공히 우리 원전의 안전성이 전 세계에 공포될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무한히 넓은 세계 원전시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무서운 추격자인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세계 최고의 기술성과 안전성을 가진 우리 원전과 40여 년간 국내에서 지속적인 건설을 통해 쌓아 온 우리의 경험은 ‘Made in Korea’의 브랜드 가치인 것이다. 이처럼 쉽게 얻을 수 없는 우리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잘 지켜내서 무한경쟁 시장에서 다시 한 번 대박을 터뜨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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