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에너지 평론가
추창근 에너지 평론가

한반도에서 전례가 없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함으로써 원자력발전소의 지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지난 9월 12일 경북 경주에서 리히터 규모 5.1과 5.8의 대형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그동안 관측된 지진 가운데 최대 규모로 인근 월성 1∼4호기 원전이 운전을 멈췄다. 여진(餘震)도 1개월 동안 1.5에서 4.5 규모에 이르기까지 470여회나 이어졌다.

반핵(反核)단체들은 또다시 원전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설계수명을 연장한 경주 월성 1호기를 폐쇄하고 부산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백지화하라는 주장이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월성과 고리의 신규 원전 건설 취소, 설계수명을 넘긴 노후 원전의 즉각적인 가동 중단 등을 요구했다. 원전이 밀집한 월성·고리·울산 등은 경주∼양산∼부산에 이르는 양산단층대의 활성단층으로 지진에 취약하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이번 경주의 강진(强震)은 지금까지 거의 예상된 적이 없다. 한반도가 지각판 내부에 위치해있고 큰 단층대도 없어 지질구조적으로 대형 지진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 견해였다. 하지만 이번 지진은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지각이 움직여 불균형 상태가 초래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상당한 규모의 지진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문제는 이번 지진이 일어난 경주 반경 50km 이내에 원전 12기가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서 운전 중인 원전 24기 가운데 경주에서 6기(월성 1∼4, 신월성 1·2호기),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서 6기(고리 1∼4, 신고리 1·2호기)가 가동되고 있고,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서는 지난해 완공한 신고리 3·4호기가 시운전 중이다. 여기에 신고리 5·6호기가 들어서면 이 일대에서 16개의 원전이 가동된다.

결국 핵심은 원전의 내진(耐震) 성능이 얼마나 완벽한 안전성을 담보하는 지의 문제다. 현재 원전의 내진기준은 운영 중인 24기가 모두 규모 6.5이고, 신규 원전인 신고리 3·4호기와 경북 울진의 신한울 1·2호기부터 7.0이 적용됐다. 규모 1.0의 지진에너지는 60t의 폭약(TNT)이 터지는 힘에 해당되고 규모가 1.0 커질 때마다 에너지는 32배씩 늘어난다. 규모 6.0 지진은 5.0보다 32배, 4.0에 비해서는 1024배 강력하다. 6.5의 내진기준은 이번 경주 5.8보다 약 20배 강한 지진에 원전시설의 어떤 손상도 없도록 설계됐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번 경주 지진은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점으로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런의미에서 지진 안전 대책도 대대적으로 보강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할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월성·고리 원전에 대해 2017년 말까지, 다른 원전은 2018년 말까지 지진에 대비한 ‘스트레스테스트’를 시행하고, 기존 원전의 내진규모도 2018년 4월까지 7.0까지 높이는 보강작업을 마치기로 했다.

원전은 안전과 그것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생명이고, 아무리 작은 허점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안전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이다. 미세한 결함만으로도 만에 하나 회복불능의 대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기 때문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인재(人災)였음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재해가 닥칠수록 과학적이고 냉정한 조사와 합리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가뜩이나 불안한 와중에 과학에 기반하지 않은 감정적 반응을 보이거나 괴담 수준의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공포감만 키우는 행태는 지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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