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숙(아시안프렌즈 이사장)
이남숙(아시안프렌즈 이사장)

다정극단은 다문화 이주여성들의 친정같은 연극모임이다.

다정극단의 두 번째 연극 〈마마〉를 지난 주말 무대에 올렸다. 지난 여름 푹푹 찌는 폭염 속에서도 매주 토요일 한자리에 모여 유쾌하게 이야기하고 웃고 운 땀의 결실이 무대에서 펼쳐졌다.

필리핀어로 마마, 베트남어로 메메, 몽골어로 에즈는? 바로 엄마, 엄마다. 필리핀, 베트남, 몽골 출신 이주여성들이 선주민들과 함께 연극 워크숍을 하면서 모국의 전래 이야기와 노래, 춤 등을 소개했고, 이들을 엮어서 하나의 마을을 창조했다. 바로 ‘마마 에즈의 마을’이다.

여느 마을과 다름없이 시끄럽고 지저분하고 이기적이고 자잘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일상 속에 어느 날 ‘메메 에즈’라는, 굶주림에 지친 낯선 외국여자가 찾아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메메 에즈는 지저분한 마을을 청소하고, 뛰어난 요리솜씨로 그저그랬던 식당을 유명식당으로 일으켜세운다. 마을 경제가 살아나고 외국인들이 많이 찾아오게 해 마을의 주인공이 된다.

마을 청년과 결혼한 마마 에즈는 아들을 낳는다. 그런데, 아들은 울지도 움직이지도 못한다. 지금부터는 배우들 모두가 마마 에즈가 되어 각자의 독특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아들을 양육하는 장면이다. 마마의 정성과 사랑으로 아들은 장군이 되어 전쟁터에 나가 승리하고 영웅이 되어 돌아온다. 그러고는 마마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천마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버린다. 아들을 떠나보낸 메메 에즈는 홀로 마을에 남게 된다. 언젠가 메메 에즈도 떠나야 한다. 떠나기 전 메메 에즈는 무슨 말을 했을까?

이 연극은 이 세상의 엄마들이 겪는 직업, 사랑, 결혼, 임신, 양육, 이별, 전쟁의 애환과 슬픔을 때론 절규로, 때론 유쾌한 해학으로 표현해낸 것이다. 우리는 모두 엄마로부터 나왔고 엄마에게 자라나 결국 엄마 곁을 떠나는 인생을 살아간다. 마을도 사람도 생겨남과 떠남에는 엄마가 있다.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실제로 아이를 둔 엄마들이기에 '마마'는 나의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아이들과 연결되는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신의 나라 이야기를 연기, 춤, 노래로 보여주며 이주민과 선주민의 '다름과 이해'를 넘어서는 뜨거운 감동과 공감의 무대를 이끌어냈다.

지난 3월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년 다문화 수용성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국민의 다문화 수용성은 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는 다문화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문화 교육과 함께 다문화 행사 참여, 자원봉사, 취미활동 등을 함께하는 동호회 참여가 중요하다고 밝혔는데, 특히 외국인 및 외국이주민과 함께하는 동호회를 통해 이주민들과 자주 만남을 가지고 유사한 취미와 관심사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 다문화가족의 수는 약 89만 명에 이르고 있다. 6월 말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은 2백만 명을 넘어섰으며, 5년 이내에 3백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우리 사회는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이행하고 있다.

‘구동존이(求同存異: 차이를 인정하면서 같은 점을 추구한다)라는 말처럼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는 상생의 길에 이주민과 선주민이 함께한 연극 ‘마마’가 또 하나의 작은 디딤돌이 되었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