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순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관
조상순 국립문화재연구소 건축문화재연구실 학예연구관

문화재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은 질문을 받는 것 가운데 하나가 문화재와 문화유산은 어떻게 다른가 하는 것이다. 사실 단어를 조금만 뜯어보면 쉽게 이해된다. 문화재는 문화(文化)와 재(財, property)가 결합된 것이고, 재는 가치(價値, value)를 뜻하며, 가치는 역사, 문화, 교육, 종교, 미술, 고고, 건축 등 다양한 문화 분야에서 평가받은 일정한 기준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 문화에서 매우 뛰어난 보존 가치를 가졌다고 판단되는 대상을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다.

반면에 문화유산은 문화에 유산(有産, heritage)이 결합된 것이고, 유산은 우리가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모든 것을 통칭한다. 여기에는 후손에게 물려줄 것이 있고, 버려질 것이 있는데, 이 과정은 매우 자연스럽게 혹은 의도적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쉬운 예가 근대화로 인하여 사라진 것들이다. 예를 들어 초가집은 1970년 대 까지만 하더라도 그 수가 매우 많았고, 수 백 년간 우리 선조들의 주된 주거문화를 대표하는 건축이었다. 그러나 급격한 근대화와 산업화를 통해서 벽돌과 시멘트를 이용한 주택과 아파트가 건설되고, 생활에 편의를 주는 다양한 전기제품 등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초가집은 대부분 사라지고 이제는 일부 전통마을에만 남았으며, 과거의 전통과 문화를 대표하는 일부 보존가치가 있는 유적만 문화재로 보존되고 있는 것이다.

전국의 문화재로 지정된 초가집은 양동마을과 같은 전통마을을 제외하면 약 200개가 남아 있다. 초가집은 전통건축을 지붕 재료로 나눌 때 기와를 얹는 기와집, 나무판을 얹는 너와집, 억새를 얹는 샛집, 돌너와를 얹는 돌너와집 등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한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한옥(韓屋)이라고 할 때 기와를 얹는 기와집만을 생각하기 쉬운데, 국가한옥센터에서 정의한 한옥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한옥이란 선사시대부터 우리나라에 우리 고유의 기술과 양식으로 지은 건축을 의미한다. 좁은 범위로는 ‘주거용 살림집’을 의미하며, 넓은 범위로는 ‘한국 전통건축 전체’를 포함한다. 한옥이라는 용어는 1907년부터 문헌에 등장하기 시작하였으며, 1975년 ‘삼성새우리말 큰사전’에 ‘우리나라 고유의 양식으로 지은 집을 양식 건물에 상대하여 부르는 말’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한옥의 기원은 기원전 6000년경 신석기시대 전기의 움집이며, 조선시대 후기에 전통한옥이 완성된 것으로 본다. 이 시기에 한옥은 공간구성의 기본단위인 온돌, 마루, 부엌이 완전히 결합하여 각 마당과 밀접한 관계를 갖게 되고 다양한 지역형으로 분화하게 되었다.

어쩌면 ‘한옥’은 ‘온돌, 마루, 부엌이 마당을 중심으로 결합된 공간구성 방식을 갖춘 집’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지금의 생활에 맞게 불편함을 개선한 다양한 형태의 한옥이 등장하고 있는데, 단순한 주거의 범위를 벗어나, 주민센터, 치과, 호텔 등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내에서 한옥을 볼 수 있는 곳은 많은데, 대표적인 곳을 예로 들자면 남산한옥마을, 북촌, 창덕궁, 종묘 등 이다. 그런데 초가집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 정답은 창덕궁이다.

창덕궁은 1405년 조선왕조의 궁궐로 지어졌고, 1610년부터 1868년까지 258년간 가장 오랜 기간 임금이 거처하며 정사를 펼친 곳이다. 자연과의 조화로운 배치가 탁월한 점에서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특히 후원은 조선시대의 뛰어난 조경 양식을 갖추고 있다. 이 후원에 있는 청의정(淸漪亭)은 볏짚을 이용하여 지붕을 만든 초가집이다. 지난 6일 이 정자 앞에 있는 작은 논에서 벼베기 행사가 열렸다. 벼베기행사는 문화재청과 농촌진흥청이 함께 참여하였고, 관람객 일부도 체험할 수 있었다.

우리 선조가 남겨준 유산 가운데 무엇을 보존하고 버릴 것인가는 어느 한 두 사람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함께 고민하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 전통 문화 보존의 첫걸음인 것이다. 남의 것이 아닌 우리의 유산이다. 단순히 과거의 것이 아니라, 21세기에 맞는 숨겨진 가치가 있는지 한 번 쯤 생각해 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