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 상계백병원 박사
김철 상계백병원 박사

추석명절 잘 지내셨는지요? 어떤 분들은 즐거우셨겠지만 또 어떤 분들에게는 괴로운 시간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평소 잘 안 하던 일들, 예를 들면 벌초, 장시간 운전, 가족 친지들을 맞이하기 위한 대청소와 집안 정리, 많은 양의 음식장만과 설거지 등 어떤 일이나 동작을 집중적으로 반복해서 과도하게 사용한 결과로 나타나는 근골격계의 통증 및 이상 현상을 ‘과 사용 증후군(overuse syndrome)’이라고 합니다.

그런 증상들은 신체의 특정 부위를 아주 센 강도로 무리하게 사용했을 때도 나타날 수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오히려 외상(trauma)에 가깝다고 할 수 있고, 반면 ‘과 사용 증후군’은 강도는 그리 세지 않더라도 수없이 반복되는 경미한 자극에 의한 누적손상으로 인해 발생합니다. 추석 때 나타날 수 있는 대표적인 ‘과 사용 증후군’ 으로는, 벌초작업을 위해 허리를 구부정한 자세로 장시간 일을 하여 허리 및 등 근육에 누적손상에 의한 근육통이나 심한 경우 디스크 질환이 생길 수 있고, 음식 장만한다고 몇 일 동안 식 재료를 다듬고 썰고 부치고 무거운 솥이나 냄비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면서 손가락, 손목, 팔꿈치, 어깨관절 등에 누적손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그와 같은 소위 ‘명절 후 증후군’으로 병원을 찾는 분들이 부쩍 늘어났으며 이는 매년 같은 시기마다 반복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대개, 손가락이나 손목 관절의 인대염이나 손목터널 증후군 같은 말초신경 손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팔꿈치 안쪽 바깥쪽 인대염도 흔하며 어깨를 움직이기가 불편한 회전근개 증후군도 자주 발생합니다. 또 장시간 서서 또는 방바닥에 앉아서 일을 하면서 뒷목과 어깻죽지 근육들이 쉬지 못하고 과도하게 사용되어 심한 근육통과 근막통증후군 같은 만성 통증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여기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까지 겹치면 통증은 배가되어 마치 큰 병이라도 걸린 양 온 몸을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악화됩니다.

치료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쉬는 것입니다. 즉 과 사용되었던 신체 부위에 더 이상의 반복 자극이 주어지지 않도록 하여 자연치유를 위한 충분한 휴식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즉 일상으로 돌아와서 곧바로 직장 일과 가사 일이 계속되니 충분히 쉴 수가 없습니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된다면 증상이 계속되니 할 수 없이 병원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물리치료와 자세 교육, 적당한 운동요법, 단기간의 소염진통제나 근육이완제, 증상이 심한 경우 주사치료 등으로 어렵지 않게 치료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과 휴식입니다. 즉, 과 사용 증후군이 생기지 않도록 일의 양을 조절하고 여러 사람이 역할을 분담하여 수고를 나누는 것입니다. 그리고 ‘명절 후 증후군’을 의식해서라도 명절 기간 동안 무리하지 않게 일정을 조절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끝으로, 휴식만큼 좋은 치료는 없다는 것을 기억하시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될 경우에는 병원 치료를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