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은 2012년 4월 12일 이사회를 열고 전격적으로 전기요금을 평균 13.1% 올리겠다고 밝혔다. 김중겸 사장 시절, 한전의 전격 전기요금 인상 발표에 정부는 당황했고, 정부는 인상안에 대해 전기위원회를 통해 부결했다. 그해 7월 한전은 다시 10.7%의 인상안을 내밀었지만 결국 부결됐다.

유가가 급등하면서 매년 3조원 가량의 적자가 쌓이는 사이 한전은 요금 인상을 통해 적자를 메워보자고 했던 것이다. 정부는 결국 그해 8월 4.9%의 요금인상을 인가했다. 또 당시 꾸준히 논의됐던 것이 연료비 연동제도다.

유가가 급등했던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한전은 8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는데 반대로 당시 발전회사들은 4조원이 넘는 흑자를 기록했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하는 도매요금은 올랐는데, 소비자한테 파는 소매요금은 변동이 없다보니 소위 ‘미스매치’ 현상이 발생했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연료비연동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모든 설계를 끝냈지만, 시행을 눈앞에 두고 국민들한테 요금인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없던 걸로 했다.

과거사례를 들추는 것은 현재 누진제로 촉발된 전기요금체계는 이미 국민편익을 고려해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여러번 있었지만, 정부는 별 문제없다는 듯 일관해 왔다. 당시 논의대로 연료비 연동제도만 도입 됐어도, 요금폭탄 얘기는 없었을 것이다.

정부가 움켜쥐고 있는 전기요금을 비롯한 에너지 요금 결정권도 변화를 주어야한다.

전기요금을 올리고 내리는 결정권은 정부가 갖고 있는 막중한 권한 중에 하나다 보니 전기요금 결정과정에서 전력회사는 정부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다.

요금조정 절차를 보면 한전이 산업부에 요금인가를 신청하면 산업부는 기재부와 협의를 거친 후 전기위원회에서 심의를 한다. 이후 산업부는 요금조정안을 인가한다.

최근 언론이나 방송에서 한전이 약관만 고치면 누진제도를 바꿀 수 있다고 보도를 했지만 이는 요금 결정과정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모든 결정권은 정부가 갖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문서도 아닌 구두로 요금조정안을 지시하면, 한전이 조정률에 맞게 인가 신청을 한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

전기요금은 정치요금, 경제요금이 됐다. 외국과 FTA를 체결해 농민들의 피해가 우려되면 전기요금 인하로 해결한다.

지역구가 농촌인 국회의원은 농수산물 가공공장을 원가의 43% 밖에 안 되는 농사용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업의 원가를 줄이는 수단으로 전기요금이 활용된다. 전경련은 최근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를 넘어섰다고 주장했지만, 지난 수십년 동안 누린 혜택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었다.

당정이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한다고 하니, 기능적 조정뿐 아니라 정무적으로 결정되는 요금제도에 대해서도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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