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어렵지만, 제대로 된 제품인지 판단하는 건 두 배 이상의 시간과 절차가 필요하다. 제품의 안전성과 품질을 평가하는 시험인증산업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시험인증은 표준과 기술기준을 바탕으로 시험・검사・교정・인증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제품의 품질과 안전에서 출발해 식의약품․농수산품의 안전, 환경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시험인증시장은 세계 222조원, 국내 12조원으로 2012년 이후 연평균 7~8%씩 꾸준히 성장했다. 특히 2012년부터 우리나라 시험인증시스템을 해외에 수출하는 사례가 늘면서 ‘한국형 시험인증’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시험인증‘한류’바람 일으킨다

시험인증산업은 그동안 제조업의 기반역할을 충실히 해왔지만, 체계적인 산업화를 이루기에는 실패했다.

이에 정부는 시험인증을 서비스산업으로 육성하고 수출산업화하기 위해 정책 패러다임을 제도에서 서비스로, 국내시장에서 해외시장으로 과감하게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시험인증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섰다.

2017년 ‘시험인증한류’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내시장 13조원 달성, 고급 이공계일자리 9000개 창출, 매출 3000억원이상의 히든챔피언 3개 육성, 해외 매출 10배 성장 등의 목표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유망분야 집중 지원, 통합브랜드 추진 확산, 역량 강화, 신시장 확충, 법・제도 선진화 등 5개 전략을 지난해 제시하고 적극 추진 중이다.

정부는 규제 강화, 산업경쟁력 확보, 융복합화 등의 분야에서 유망 시험인증서비스를 발굴, 시험방법개발, 국제표준화, 장비개발 등의 종합지원체계를 갖추고 집중 지원키로 했다.

IT기반의 스마트 시험인증시스템과 콜센터를 구축하고, 시험인증기관 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원스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준비도 끝마쳤다.

◆이제 시작단계, 선점 가능성 UP

우리나라 시험인증시스템 수출은 이제 막 시작단계다.

시험인증산업의 역사는 195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우리나라가 시험인증시스템을 수출한 것은 지난 2013년이 처음이었다.

우리나라는 2013년 11월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형 에어컨 에너지효율시험체계’를 턴키방식으로 수출했다. 이는 총 214만달러 규모의 사업으로, 2013년 11월부터 2014년 8월까지 시험인증관련 커리큘럼과 시험노하우 등을 사우디 표준청에 이전했다. 이같은 노력은 같은 해 12월 사우디 민간기관과도 시험소 구축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우리나라 시험인증시스템의 신뢰성과 가격경쟁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당시 해당 사업은 시험설비 구축과 관련해 기술과 축적된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으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새로운 형태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중동국가의 경우 시험인증시장이 매우 거대한 블루오션임에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낸 적이 없지만 사우디와 계약 체결 후 연속적으로 유사 과제를 도출, 지속적으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실제로 이후 ▲세탁기・냉장고 에너지효율시험소(400만달러) ▲에어컨 전기안전시험소(300만달러) ▲전자파시험소(800만달러) ▲건물에너지효율시험소(400만달러) 등 총 1900만달러 규모의 사업을 따내는 성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국내 시험인증기관을 키우고 관련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해외 시험 건수 수주가 아닌 ‘한국형 시험인증체계’ 자체를 해외에 수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제 시작단계인 만큼 정부와 기관들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해외 시험인증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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