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력 길러 시장에서 건전한 경쟁 도모해야...과감한 규제개혁, 일관된 지원책 필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월 5일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에너지신산업 종합대책 토론회’를 주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에너지산업 추진 성과를 확인하고 분야별 투자·해외진출 점검하는 한편 에너지신산업 성과확산 및 규제개혁 종합대책의 발표가 이뤄졌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7월 5일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에너지신산업 종합대책 토론회’를 주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에너지산업 추진 성과를 확인하고 분야별 투자·해외진출 점검하는 한편 에너지신산업 성과확산 및 규제개혁 종합대책의 발표가 이뤄졌다.

세계는 지금 미래 에너지원을 선점, 확보하기 위한 에너지전쟁이 한창이다. 자원확보를 위해 영토분쟁을 불사하고, 자국이 보유한 자원·기술 활용의 극대화를 위해 다른 국가와의 갈등도 서슴치 않는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소리없는 총성은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도‘에너지신산업’으로 일컬어지는 산업지평을 미래를 책임질 신성장동력으로 정하고 국가 핵심전략으로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를 확대하고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과는 별개로 아직까지 에너지신산업은 정부 정책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 정책에 좌지우지되는 에너지신산업

에너지신산업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대표적인 에너지신산업으로 분류되는 ESS,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2025년 시장가치는 2000조원을 넘는다.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에너지신산업을 정하고 목을 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근혜 정부는 8대 에너지신산업을 선정하고 세부적인 투자계획과 지원책을 속속 내놓고 있지만 현재까지 경과는 기대만큼 신통치 않다.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아직 시장이나 관련 기술이 활성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초기 투자비와 연구개발 비용이 많이 들고, 관련 사업의 운영경험이 없는만큼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어 초기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다. 잠재력이 큰 만큼 위험성도 내재하고 있어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정부는 관련 규제를 풀고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결과는 아직 신통치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고 있지만 당분간 에너지신산업은 한전 등 주요 공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피해를 본 전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에너지신산업 관련 정부 정책을 믿고 투자했다가 기업이 손해를 떠안게 된 사례는 부지기수다.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과 해외자원개발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기치로 ▲기후변화대응 ▲에너지자립 ▲에너지신산업 확대를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 등의 목표를 내걸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100조원이 넘는 재원이 투입됐지만 예산의 60% 이상은 4대강 사업과 자전거길 조성 등 토건사업에 집중됐다. 자연스레 다른 에너지신산업 정책은 뒷전으로 미뤄질 수 밖에 없었다.

해외자원개발은 더하다. 국가시책으로 추진됐던 무리한 해외자원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주요 공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석유공사는 최근 8년동안 약 1억3000만달러가 투자된 이라크 광구의 채산성이 없다고 최종 판단, 사업을 철수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부터 석유공사가 시작한 자원외교사업은 성과 없이 19조원이 넘는 부채만 남긴 채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의욕적 추진하다 경제성 발목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사업의 로드맵이 실종되고, 관련 지원이 서서히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경제성이 발목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구상 당시엔 사업경험 확보, 관련 기술 개발, 시장 활성화 등을 목표로 했지만 사업이 진행되면서 여러 변수로 인해 돈이 많이 들어가면 경제성 문제가 불거지는 식이다.

마이크로그리드, ESS, 신재생에너지 등 스마트그리드 관련 기술이 집약돼 있어 큰 기대를 모은 울릉도 에너지자립섬 사업도 경제성 문제로 한동안 난항을 겪었다. 유가하락으로 인해 정부가 유가에 따라 산정하는 도서지역의 연료비 지원금액이 줄어들면서 이 지원금을 바탕으로 조성되는 울릉도 에너지자립섬 사업지원금도 함께 감소해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정부는 “지원금이 늘어나면 디젤발전과 비교해 경제성이 미비하다. 다른 사업과의 특혜시비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추가지원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사업비 부담은 고스란히 울릉도 자립섬 사업자인 ‘울릉에너피아’가 질 수 밖에 없다.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은 한때 미래 먹거리 산업의 중심으로 반짝 인기를 누리다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낙제점을 받아 사업규모가 대폭 축소된 경험이 있다. 총 사업예산 8765억원, 8개 컨소시엄, 14개 지자체가 참여해 47개 단위사업은 반토막이 났다.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기획재정부의 지적에 따라 5180억원 규모로 사업을 줄였지만 예타 결과 초기 사업 중 EMS 기반 수요관리사업, AMI 기반 전력재판매사업, 신재생에너지 분산형 전원사업 3개 사업만 선정되는 데 그쳤다. 사업비는 3722억원에 그쳤고 국비 지원 규모도 3220억원에서 660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예타를 진행한 한국개발연구원은 “확산사업 모델 단위사업의 구체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산업부의 계획을 믿고 예비사업자로 참여한 8개 컨소시엄은 적잖은 피해를 봤다. 일부 사업자는 사업 참여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후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은 민간기업과 지자체가 투자를 늘려 사업비를 확보, 구색을 갖추고 실질적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의 일환으로 추진된 ‘목재펠릿보일러’ 사업도 마찬가지다. 산림바이오매스에너지협회는 신재생에너지로 지정된 목재펠릿이 다른 신재생에너지에 비해 냉대와 외면으로 업계의 도산이 줄을 잇고 있어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고 주장했다. 협회는 목재펠릿이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음에도 몇 년간 산림청의 목재펠릿보일러 보급 정책이 축소·실종됐으며 시장은 목재펠릿이 지닌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시장여건 조성 급선무…일관된 정책 필요

전문가들은 에너지신산업의 자생력을 기르고 지속적인 확대를 도모하기 위해선 새로운 사업모델이 개발될 수 있는 시장여건과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제대로 된 시장에서 이뤄지는 건전한 경쟁이 미흡한 상황에선 국가의 일관적인 정책은 물론 추진 의지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박근혜 정부는 2020년까지 에너지신산업에 총 42조원을 투자한다. 정부가 주도해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추진함으로써 시장 기반을 조성하고 관련 산업의 중흥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다. 일방적인 중앙집중형 에너지구조가 고착화된 우리나라 에너지시장구조에선 민간의 투자를 유도하기엔 아직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판을 깔아 민간이 적극 참여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목표는 2030년까지 100조원 수준의 신시장을 창출하고, 일자리 50만개, 수출 650억달러 달성이다.

초기 투자는 한전, 전력그룹사 등 에너지공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에너지신산업 펀드를 조성해 저리로 투자금을 지원하거나 ESS 등 초기 투자 비용이 크고 사업성이 불확실한 프로젝트를 선제적으로 수행해 시장의 작동을 돕는 식이다. SPC를 설립해 각종 신재생에너지 발전, 에너지자립섬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한다.

대기업도 움직이고 있다. 그간 난항을 겪었던 서남해풍력사업도 효성이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물꼬가 트였다.

한 전문가는 “궁극적으로 민간참여가 수반되지 않으면 에너지신산업 중흥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며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는 시장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산업의 자생력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수익이 난다는 확신만 있으면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기업이 많다”며 “중앙집중형 전력공급시스템이 희미해지고 관련 빅데이터가 공개되면 눈치만 보고 있던 민간이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후변화대응, 미세먼지 등 해야 할 일도, 이슈도 많은 지금이 어떻게 보면 에너지신산업 중흥의 골든타임”이라며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일관된 정책은 물론 전기요금 체계 개선, 에너지신산업 특별법 제정 등 과감한 혁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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