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두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조교수
허두영 IGM세계경영연구원 조교수

잘 사는 국가의 조건으로 리더십(Leadership), 제도(Institution), 이념(Ideology)의 세 가지 요소가 필수적이다. 먼저 신념과 소신으로 국민을 이끄는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이 있어야 하고, 정치적으로 자유민주주의, 경제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도가 정상적으로 작동해야 하고, 개인과 공동체 중 무엇이 우선인지 명확한 좌우의 개념에 따라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 이념이 있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일종의 믿음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이념이자 가치관이다. 이는 조직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흔들림 없는 이념이 있어야만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일관된 정책이 가능해진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우리나라의 정당은 확고한 이념에 따라 일관된 정책기조를 유지하는 미국의 정당과는 달리 당의 철학과 가치에 맞지 않은 공약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러다 보니 선거철마다 차별화되지 않은 비슷한 색깔의 공약을 놓고 국민들은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명확하지 않는 이념은 국민의 투표행위에 적잖은 혼란을 초래한다.

일반 기업이나 조직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3가지 요소가 요구된다. 직원의 눈치가 아니라 조직의 미래를 보는 CEO 내지는 리더의 리더십이 있어야 하고, 조직과 구성원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관리 시스템 및 제도가 작동해야 하며, 의사결정의 기준이 되는 미션, 비전, 핵심가치로 대변되는 가치관 즉 이념에 따라 조직이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치관은 최근 기업의 성과와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적용되고 있다.

현재 많은 기업에서 ‘가치관 내재화’, ‘핵심가치 내재화’ 등 다양한 이름으로 조직 및 구성원에 가치관을 전파하는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가치관경영의 일환으로 CEO를 포함한 조직의 리더들은 조직의 가치관에 맞는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요구 받고 있다. 하지만 조직에서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리더들이 가치기반의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연 왜 일까? 그것은 조직의 가치관에 앞서 먼저 리더 스스로 이념이 바로 서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리더들은 이념적으로 리더로서 자신이 진보인지 보수인지부터 시작해서 엘리트주의자인지 다원주의자인지, 성선설인지 성악설인지, 개방인지 폐쇄인지 등 이념적 노선과 색깔을 명확히 하고 그 논리를 가질 필요가 있다. 이는 관료, 정치인, 기업인 할 것 없이 리더라면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이념이 확고해야만 리더는 일관되고 소신 있는 의사결정이 가능하며 그렇지 않으면 자칫 조직과 구성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구글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내린 좋은 리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어느 학교를 나오고 머리가 얼마나 좋은가가 아니라 예측가능성(Predictability)이었다고 한다. 그런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다름 아닌 명확하고 일관된 이념과 원칙을 실천하여 구성원에 신뢰를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리더로서 자신만의 원칙과 이념을 가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우리는 대부분 입시 위주의 주입식 교육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원칙, 이념에 대해 고민하는 훈련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입사 후 직장에서도 현실은 별반 다를 게 없다.

동서양의 문화를 비교 연구한 시카고대 리처드 니스벳 교수는 그의 저서 <생각의 지도>에서 서양인들은 현상을 설명할 때 아주 분명한 규칙들에 의한다고 가정하는데, 동양인들은 관계와 상황적 맥락 속에서 파악하려고 한다고 한다. 전체적인 맥락과 상호의존적인 관계 속에서 세상을 보는 동양인인 우리 입장에서 원칙에 따라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낯설고 인간적이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사결정의 홍수시대에 사는 리더들이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분석적•논리적인 사고로 자신만의 이념과 원칙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People face tradeoffs).’ 이는 맨큐가 제시한 경제학의 첫 번째 원칙이다. 세상을 보는 원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원칙을 하나씩 내 것으로 만들어간다는 것이 세상을 해석하는 나만의 생각의 길을 확장해가는 것이다. 쉽고 재미있는 소설이나 수필 대신 불편한 책에 도전해보자. 이념이나 원칙은 일에 쫓겨 속도를 올리는데 분주한 삶에 올바른 방향이 되어 줄 것이다.

리더로서 당신은 흔들리지 않는 원칙과 이념을 가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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