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규 한양대 교수
백운규 한양대 교수

인류의 산업기술은 한 분야에 매진한 전문가들에 의해서 발전되어 왔다. 예를 들어 18세기의 산업혁명을 견인했던 제임스와트의 증기기관, 19세기를 환히 밝혀준 에디슨의 백열전구, 20세기의 하늘을 자유로이 날게 해준 라이트형제의 동력 비행기 발명 등은 오직 그 분야에 대한 깊은 성찰과 장기간의 연구 결과였다.

그러나 21세기의 산업기술 발전은 그 속도가 매우 빠르고 다양한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만으로는 미래 산업을 예측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래의 환경에너지 산업은 이와 관련된 과학기술의 발전 수준과 더불어 각국의 에너지 정책이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분야다. 하나의 예로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는 신재생에너지 분야뿐만 아니라 자동차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그 파급 효과가 지대했다. 따라서 미래 에너지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공학적 지식과 함께 철학, 경제, 정책, 국제정치적 지식이 상호 융합된 새로운 차원의 교육 방식과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기술과 관련된 특허 분쟁이 가열되고 있는 최근의 상황에서 공학과 법학을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에 대한 수요가 점증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의 국내외 산업동향은 점점 다양한 학문의 학제적(interdisciplinary) 연구와 통섭(consilience)적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인문학적 소양과 공학적 지식을 겸비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가. 필자는 우선 교육시스템의 재정비와 국가적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한다. 교육시스템의 측면에서 보면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사회, 공학 등 각각의 분야가 독자적인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해왔다. 결과적으로 과학기술, 정책, 경제, 국제정치 등의 지식을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체계적인 교육을 진행하는 대학이나 연구기관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미래 산업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특정 영역에 정통하고 연구력을 갖춘 전문가와 함께 각 학문 분야를 통합적, 수평적으로 연계하는 융합형 인재가 요구된다. 따라서 각 교육기관은 이러한 인재를 집중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연구력과 교육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이를테면 학생들에게 공학적 지식과 더불어 정책학, 경제학, 국제정치학등과 관련된 커리큘럼을 제공하여 기술에 관한 정책적 이슈, 경제적 상관성 등을 체계적으로 이해함으로써 각 분야를 함께 조망하고 종합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환경을 바탕으로 관련 학계 및 실제 산업 현장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국가의 발전을 견인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한편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부분은 사회적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교육기관만의 힘으로 단기간에 융합적 교육 시스템을 구축하기는 어렵다. 국가차원에서 융합형 인재를 교육하는 학교와 그러한 인재를 필요로 하는 산업체가 상호 연계된 모범적인 협력모델을 제시하고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각종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가 ‘인력양성사업’을 직접 지원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대학과 각 분야의 산업체가 교육 과정에 함께 참여해 대학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준다면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국가 차원의 이러한 장려 정책은 융합형 인재 양성의 중요한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각 산업체는 학문분야를 구분하여 채용하는 기존의 인사정책에서 벗어나 미래사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융합형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해야 한다. 그동안 융합전공의 도입과 성과가 지지부진했던 주요 원인의 하나는 융합전공자들의 취업이 상대적으로 어려웠다는 점이다. 아무리 우수한 인재를 양성한다 해도 이들이 마음껏 능력을 발휘할 일자리가 없다면 무의미한 일이다.

앞서 지적한 것처럼 미래사회에서는 한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 양성을 추구했던 과거와 달리 융합적 인재의 육성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동시에 더욱 다원화되고 복잡해질 미래에는 융합의 트렌드가 가속화 될 것이다. 따라서 다가오는 융합의 시대에 대비하여 교육기반을 혁신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최우선적인 과제다. 미래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은 세계적 차원의 변화 흐름을 선도하고 차별화된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얼마나 배출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국가, 대학, 기업이 혼연일체가 되어 융합형 인재 양성에 매진해야 하는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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