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전기차 민간보급 신청 미달로 신청기간 연장 잇따라
보조금 감소, 비싼 전기차 가격 여전, 저유가 영향 탓도 있어

전국의 17개 지방자치단체가 실시하고 있는 전기차 민간보급사업이 예상보다 더딘 속도를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초기 시장에서 전기차를 살 사람은 대부분 구매했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만으로 보급을 늘리는 그동안의 전략을 수정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보급물량이 100대를 넘어서는 지자체의 상황이 좋지 않다. 서울시와 광주광역시는 각각 전기차 565대, 100대를 민간보급하기로 결정하고 공모신청을 받았지만 신청자가 저조해 약 한 달가량 접수일자를 연장했다. 서울시는 26일, 광주시는 30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시는 3.31대 1, 광주광역시는 1.66대 1이었던 것에 비해 신청건수가 줄어들었다. 110대를 보급하기로 했던 창원시도 신청수량이 60대 정도에 그치면서 추가 접수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보급의 감소 원인으로는 다양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장 먼저 저유가에 따라 전기차의 연료비 절감 효과가 줄면서 전기차 인기도 식었다는 분석이다.

박진호 광주광역시 자동차산업과 주무관은 “저유가 전에는 전기차 유지비가 내연기관 차량에 비해 25%에 불과했는데 현재는 35%까지 올랐다”며 “구매자 입장에서는 전기차 구매 요인이 줄어든 셈”이라고 말했다.

전기차를 구매할 의사가 있고, 차량을 교체할 시기가 된 사람은 대부분 전기차를 구매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급물량을 급격하게 늘린 게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모 지자체 전기차 보급 담당자는 “지난해까지 전기차 보급을 진행하면서 전기차를 필요로 하는 시민들은 구매를 했기 때문에 속도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 보급속도가 느린 게 아닌데 정책이 지나치게 성과위주로 진행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의 구매를 견인하는 건 보조금인데 지난해에 비해 줄었다는 점도 신청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전기차를 구입하면 국비 1500만원, 지자체 보조금 500만원을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지자체의 보조금은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서울시는 500만원에서 150만원, 광주광역시와 창원시는 300만원으로 보조금을 낮췄다.

보조금에 따라 보급물량의 차이는 다른 지자체에서 드러난다. 제주도의 경우 국비 1500만원, 도에서 700만원 등 2200만원을 보조해 올해 보급 경쟁률은 2.2대 1을 기록했다. 지리적 특성과 충전 인프라의 이점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높은 수치다. 부산광역시도 500만원을 지원하고, 르노삼성은 자사의 SM3Z.E. 구매자에 한해 200만원의 특별지원금을 주고 있다. 경쟁률은 3.45대 1을 기록했다. 전체 공모접수를 받은 345대 중 SM3가 151건으로 가장 많았을 만큼 가격은 전기차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와 부산 지역 외의 구매자들은 400~550만원을 비싸게 주고 전기차를 사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경우 매년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게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모 지자체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수백만원을 더 비싸게 주고 사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느낌이 들 것”이라면서도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는데 이를 보완하려면 전기차 자체의 가격이 인하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전기차 제조업체들은 생산물량이 적어 단가를 낮추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올해 보급물량이 3000대까지 증가했고 내년에는 1만대 보급이 예상되는데 여전히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다소 의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또 제조업체들이 손 안 대고 코를 풀겠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전기차 가격을 인하한 건 르노삼성이 148만원, 한국GM이 150만원이 유일하다.

한편 환경부는 25일 전국 17개 시·도 전기차 보급 담당자를 대상으로 관련 올해와 내년도 전기차 보급계획에 관한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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